남성중심의 노동시장 형성된 울산
가족내 평등한 돌봄문화 확산하고
뉴딜 통한 여성일자리 확대 절실

▲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울산은 조선해양 생산액 세계 1위,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세계 5위의 도시로, 세계적인 중화학공업도시다. 울산광역시의 산업구조의 특성상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국 대비(52.7%) 낮은 수준(48.1%)이며, 경력단절여성이 타 시도보다 많은 것(22.3%)으로 나타난다.

통계청(2020)의 ‘지역별고용조사’에서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를 조사했는데, 울산에서 20년 이상 되는 경력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전국 대비하여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력단절된 여성중 약 70%가 결혼준비와 임신, 출산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응답했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은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은 가정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국대비하여 더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에 대한 응답은 전국대비하여 낮게 나타났다.

이런 응답에 대해 피상적으로 보면, 울산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보수적이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타 도시보다 높은 것으로 해석할수도 있다. 그러나 응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울산만의 독특한 남성중심적인 산업구조에서 비롯되는 남성 중심의 근무환경과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과정에서 울산은 여성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도전도 하지 않은 채 미리 포기하는 여성들도 많다. 또한 전통적 남성중심의 제조업이 발전한 울산에서 과감히 일자리 찾기에 도전하여 직업을 어렵게 구했다 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가족을 돌보는 가족내 돌봄 노동으로 인해 노동시장을 떠나 가정에 머무는 비율이 타시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을 둘러싼 울산지역의 일자리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진 여성들이 타시도 보다 더 많은 것처럼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닐는지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울산은 민선7기 들어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 뉴딜사업, 그린 뉴딜사업, 휴먼 뉴딜사업 등 미래 신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들이 많이 창출될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구조를 가진 ‘NEW ULSAN’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새로운 울산 부흥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민선7기 뉴딜사업을 통해 울산지역에 약 7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7만개의 일자리 중 약 절반가량이 여성의 일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실행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 관점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을 위한 사회적비용이 많이 지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초기의 사회적 비용을 넘어서는 효과를 분명히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1인가구든, 맞벌이 부부이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증가로 인한 총가계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더 많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혁신성장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많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족내 돌봄의 민주화를 통해 함께 가족을 돌보는 일이 여성만의 몫이 아닌 평등한 돌봄문화의 확산과 돌봄의 공공성 확대도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다. 재능있는 여성들이 일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채 노동시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퇴장했던 기억을 되살려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NEW ULSAN 시대에는 여성들 스스로가 노동시장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도전하여 일자리를 찾게 되는 여성의 숫자가 지금보다 휠씬 더 많이 증가하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울산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으로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경력이 단절됨 없이 계속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리는 울산의 미래에는 스마트뉴딜, 그린뉴딜, 휴먼뉴딜 사업으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에서 여성들의 당당한 발걸음과 웃음꽃 피는 여성들의 모습을 언제 어느곳에서나 만나게 되기를 그려본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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