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육 울산시 환경국장

환경부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이 지난 8월5일 공개된 후 일부 지역이 물 배분방안을 격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운문댐 물이 오는 건 환영하지만 물값을 더 내야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문제의 맥락을 되짚어보고 현실은 어떤지 살펴보자. 울산은 물이 절대 부족하다.

산업시설까지 돌리려니 하루 생활용수 37만t의 두 배가 넘는 80만t의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반구대암각화 문제까지 겹쳤다. 사연댐 수위조절을 시작한 이후 하루 5만t이 넘는 비교적 저렴한 물을 생활용수로 쓰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동구 생활용수량과 맞먹는다. 그 결과 비싼 낙동강 물 수요가 늘어 전체 사용량의 15% 정도를 오르내린다. 아쉽게도 운문댐 물을 가져온다 해도 비싼 낙동강 물값과 차이가 없다.

고질적인 물 부족 해법은 유역상생이다. 울산은 ‘낙동강수계법’에 따라 수량과 수질, 물값에서 낙동강 유역 다른 지역과 하나로 묶여 있다. 태화강은 본래 낙동강과는 낙동정맥에 의해 유역이 나누어진 별개의 수계였다. 낙동강 수계에 편입된 것은 1960년대 석유화학단지를 만들 때 원동취수장을 통해 낙동강 물을 받았을 때부터이다.

울산은 이 물을 받아 에너지와 산업소재를 만들어 낙동강 유역과 공유하며 상생해 왔는데, 인구가 늘며 식수까지 낙동강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 물(水)물(物)교환이 가능한 것은 시장의 가격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댐과 취수시설을 운영하는 수자원공사에 원수요금을 주고,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으로 보상을 한다. 울산은 정수 전 갖가지 물값으로 한 해 기업과 시민들이 내는 돈이 각각 약 1150억원과 250억원에 이른다.

언젠가 사연댐에 수문을 달고 운문댐 물을 받는다면 그 시설비용과 물값을 어떻게 치를까? 사연댐 물 대용이니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공짜로 해 달라 할까? 국보를 살리는 일이니 문화재청이 내라고 할까? 운문댐 물을 받고 싶어 받는 것이 아니니 물이용부담금은 못 주겠다 할까? 부산, 대구에 비해 낙동강 의존도가 낮으니 낙동강 유역과 상생협력은 필요 없다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유역상생 원칙상 바람직하지도 않다. 공기업도 기본적으로 수지 균형을 맞춰야 하므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수도사업의 기본 틀이다. 주민들의 희생도 발전소특별회계처럼 수계기금을 만들어 보상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다.

문화재는 문화재 논리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재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귀중한 물을 포기해서라도 암각화 침수를 막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의 건강과 생명의 가치는 문화재 위에 있다. 그래서 대체 수원이라는 조건을 역설해 온 것이다. 원래는 울산에게 운문댐 물값보다 암각화 보존가치가 더 커야하지만 생명과 마찬가지로 그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할 수 없어 비교가 어렵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을 따진다 해도 암각화를 살리는 편익을 돈으로 환산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결국 계량화할 수 있는 물은 가격으로 접근해 낙동강수계 안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암각화 보존과 그에 따른 손실은 문화재 보존체계 안에서 정부와 국민에게 보존에 따른 비용을 보상받고, 더 얻는 것이 있으면 또한 국민 모두가 수혜를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값이 부담스러운 것은 대구나 부산은 물론 경북과 경남도 마찬가지다. 취수원을 다변화해서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려는 욕구가 울산이 암각화를 보존하려는 의지만큼이나 강했으면 좋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내부 이견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낙동강과 태화강 수계 전체 이해관계자들이 유역상생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면 협의는 성립되기 어렵다.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향한 긴 여정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육 울산시 환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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