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최근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2일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수컷 돌고래 ‘고아롱(18·추정)’이 폐사하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한 돌고래 방류 촉구 목소리와 움직임이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의 무덤’ 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수난의 연속이었다.

당시 울산남구청은 고래생태체험관을 조성하면서 일본 다이지 등에서 돌고래 8마리를 들여왔고, 이후 고아롱과 암컷 돌고래 장꽃분(21·추정), 장두리(11·추정) 사이에서 새끼 4마리가 태어났다. 이렇게 도입·출산한 돌고래 12마리 중 고아롱을 포함해 총 8마리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제 생태체험관에는 4마리의 돌고래만 남았다. 11년간 돌고래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이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아롱이 폐사하고, 앞서 같은 달 20일에는 전남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루이’가 12살 나이로 죽는 등 수족관의 돌고래들이 잇따라 폐사하자, 급기야 해양수산부가 고래연구센터 전문가 등으로 점검단을 꾸려 지난 18일부터 2주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을 비롯한 전국 7개 수족관 돌고래 서식 환경 일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수족관 내 돌고래 폐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생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수족관에서 사육 중이던 돌고래 절반 가량이 열악한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와 질병 등의 이유로 죽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돌고래를 보유한 국내 수족관 8곳에서 전체 61개체 중 29개체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사율이 47.5%에 달한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조성된 고래생태체험관은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내포한 채 문을 열었다. 고래문화특구의 킬러 콘텐츠이자 대표적 볼거리로 국내외 관광객 등을 불러 모으고, 지금의 고래문화특구가 울산을 넘어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게 한 데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이면 뒤에는 좁고 열악한 수족관 속에 갇혀 평균 수명의 절반도 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돌고래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학대 논란’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남구청은 더 이상의 돌고래 수입은 없다는 입장이나, 핫핑크돌핀스 등은 “더 늦기 전에 시대착오적이고 반생명적인 고래류 감금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남아있는 4마리의 돌고래만이라도 살리려면 수족관 폐쇄와 방류 또는 바다쉼터 마련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고래생태체험관을 폐쇄하게 되면 고래문화특구에서 고래박물관을 제외하고 ‘고래’와 관련해 내세울 만한게 없다는 점과 이로 인해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남구청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또 이러한 안타까운 돌고래 폐사 사태를 막고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관경(觀鯨) 중심에 새로운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생태관광’을 추구하는 고래문화특구로 변모하는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stevecha@ksilbo.co.kr

차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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