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방정식의 풀이는 인류 역사와 함께한 수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일화도 많다. 2000여년 전의 <구장산술>에 있는 미지수가 여러 개인 1차 연립방정식의 해법이 지금과 매우 유사하다.

2차 방정식의 시작은 4000년 전에 바빌로니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점토판에는 ‘정사각형의 넓이와 변의 길이의 차가 알려졌을 때 변의 길이를 구하라’는 문제가 있다. 이는 홍수로 유실된 경작지를 측량하고 세금을 걷기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9세기 바그다그의 수학자 알콰리즈미에 의해 체계적으로 알려졌다.

3차 방정식의 해법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 델 페로와 폰타나에 의해 각각 독자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의사이면서 수학에 관심 있던 카르다노가 폰타나에게 배운 3차 방정식 풀이법을 먼저 발표하므로 3차 방정식 풀이의 발견자가 카르다노로 알려져 왔다. 4차 방정식의 해는 카르다노의 제자 페라리가 발견한다.

3차, 4차 방정식의 해법이 발견된 후 5차 방정식에 대한 답을 얻는데 300년이 소요된다. 5차 방정식에는 21살에 요절한 두 젊은 수학자 아벨과 갈로와가 있다. 아벨은 18살에 5차 방정식의 해법으로 논문을 썼으나 오류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5차방정식의 풀이를 +,-, ×, ÷, √만을 사용하는 대수적 방법으로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양실조에 의한 폐결핵으로 죽은 아벨을 기리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수학의 노벨상인 ‘아벨상’을 제정했다.

갈로아는 프랑스의 정치·교육제도에 불만을 품고 부르봉 왕조에 반대하는 공화정 운동에 앞장서면서 실형을 선고 받는다. 옥에 수감되기 전에 5차 이상의 방정식을 대수적으로 푸는 해법이 없다는 논문을 파리 아카데미에 제출했다. 출옥 후 삶의 회의로 방황하던 갈로아는 연인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결투를 한다. 결투 전날 밤 그는 밤을 새워가며 발표되지 않았던 그의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편지를 썼다는데, 편지에는 ‘시간이 없다’라는 구절이 많았다고 한다. 갈로아가 결투에서 사망한지 11년이 지나 수학자 리우빌이 이 편지를 수학계에 발표하므로써 비로소 갈로아 이론이 세상에서 빛을 본다.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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