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떨어지고 독감 유행 시기
코로나-독감 동시 감염 우려
열·두통·기침 등 증상 같아
‘독감’ 10~11월 예방접종 권장
당장 급한 접종은 ‘폐렴구균’
65세 이상·기저질환자 필수
◇독감 유행 한달전, 접종
우리나라에서 독감은 보통 11월 중순에 유행하기 시작해 길게는 다음 해 4월까지 이어진다. 예방백신은 접종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약 6개월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독감 예방 백신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10~11월에 맞는 것이 가장 좋다.
류영하 동강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독감예방접종은 유행시기 보다 한 달 전에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해마다 무료접종 시기가 가장 적절한 접종 시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코나 목, 폐에 침범해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의 경우 합병증으로 이어져 심각한 경우에 이를 수 있다.
류 전문의는 “감기는 미열부터 서서히 시작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독감은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의 전신 증상이 뚜렷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38℃ 이상의 고열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간혹 37℃에도 독감 진단을 받기도 한다”면서 “고열과 심한 근육통은 초기 2~3일 동안 지속되며, 이후에는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독감은 급성 증상 후 2~5일에 걸쳐 호전되며 대부분 일주일 내에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급한 접종은 폐렴구균
독감 예방접종은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예방접종하면 된다.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지금 당장 급한 접종은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폐렴, 뇌수막염, 중이염 등을 일으킨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고, 여기에 건조한 날씨까지 더해지면서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류 전문의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폐렴구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65세 이상 또는 암, 만성질환자,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렴의 진단은 열이 나면서, 기침과 누런 색깔의 가래가 보이면 의심하게 된다. 이런 환자에게 흉부 X-Ray를 촬영해 폐렴의 소견이 나오고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상승돼 있으면 폐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폐렴환자 치료의 기본은 항생제 처방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처방이 과도하게 이뤄져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폐렴구균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이 73~75% 정도로 보고될 정도이다.
류 전문의는 “폐렴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만 65세 이상이면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나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노인과 소아의 감염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또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나 2차 세균 감염에 의한 세균성 폐렴에 걸릴 수 있으므로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손을 잘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감염병 실질적 예방책은 ‘개인의 노력’
문제는 독감과 폐렴, 코로나를 증상만으로 감별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도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다.
류 전문의는 “아직까지 독감과 코로나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몸에 멍이 들어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보이는 증상만 가지고 치료를 할 뿐 어디에서 어떻게 다쳤는지까지 알아내기 힘들다. 이처럼 목이 부었고, 열이 나는 증상만 가지고 코로나인지, 독감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디를 다녀왔고,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환자에게 묻고 코로나 진단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독감과 코로나에 동시에 감염되는 경우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기온이 떨어지고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가 되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독감예방 접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다만 전문의들은 예방 접종에 앞서 면역력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 전문의는 “예방접종은 감염병에 노출 됐을 때 약하게 겪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어막이다.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예방은 개인의 노력에서 비롯된다.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휴식을 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하자. 지겹도록 들어온 예방 수칙이지만, 정도를 벗어나는 빠른 길은 없다. 기본적인 원칙만 잘 지킨다면 감염병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실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자. 마스크는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 효과가 크다. 내 몸을 보호하는 행동이 결국 타인도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