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구군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
장소에 국한된 전통적 개념 탈피
사회·문화·정치적 소통 공간되길

▲ 김봉석 울산미술협회 회장

2020년 7월 공공미술프로젝트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시작됐다. 문화분야의 뉴딜사업이다.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증진시키는 공공미술 취지가 반영됐다.

이 사업에서 정부는 주민의 참여와 소통, 지역자원 및 스토리 반영 등 지역과 일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예술작업을 시도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예술과 사회의 관계 재정립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간의 문화적 재창조를 지향점으로 전국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우리 동네 미술’을 목표로 전국 228곳에서 시행된다.

사업내용은 벽화, 조각, 회화, 미디어 아트 등 작품설치형과 문화적 공간 조성 및 전시형 거리편의시설 조성 등 도시재생형, 주민참여 공동체 프로그램형, 복합추진형 이외에 지자체별 특성에 맞춰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취지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개발과 추진도 가능하다.

울산의 5개 구·군도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를 발표했다.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면 예술가들에게 총 185개 내외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국내에서는 198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가 시작된 것이 초기 공공미술의 형태이다. 지금껏 공공미술은 미술이라는 아름다운 것과 공익이라는 좋은 것이 만나 ‘더 아름답고 좋은 어떤 것’이라는 명분론을 내세워 도시의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울산에서도 일정 규격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미술장식품 설치가 시행돼 예술을 전시장 밖에서도 향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시행 이후 20년 넘게 작품성도, 공공성도 결여된 일부 ‘꾼’의 독점에 의한 말썽도 있었다.

그렇다면 공공미술은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먼저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떠나 작업실 규모보다 큰 건축적 규모를 요구하는 대지미술과 환경을 고려한 미술 형태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프로젝트의 완수라는 도전적인 상황으로 인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공동작업을 하면서 작품제작의 전 과정을 혼자 관리하려는 태도를 버리게 됐다.

이제 공공미술은 시행 초기를 넘어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작가들은 미학의 내부틀에 갇혀 어렵기만 한 예술을 시민들에게 독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고민해야 할 때다. 공공미술이 공해미술이 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시민들에게 불편한 흉물이 된 공공미술이 울산의 구군에 세워지게 된다면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을 시각 공해로 인식되는 것 또한 제고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들은 시민의 입장에 서서 도시와 삶의 공간에 선물과 휴식같은 공공미술을 고민해야 한다. 특별하고 일시적이며 시공간의 제약이 아닌 일상의 선물 같은 공간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팔려고만 하는 미술시장이 아닌 시민들에게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누구에게든 체험의 기회와 쉼터의 공간이 되어 좋은 기억을 제공해주는 것이 공공미술의 목적이다.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공공성에 대한 것이 작품성 못지않게 고려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미술장식품처럼 작가의 일방적 시선이 아닌 예술과 시민들의 연대와 연관이 커져 예술의 발전과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차이가 줄어 들어 서로를 위한 상생의 선물이 창출하는 것이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의 목적임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전통적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장소와 관련시켜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는 데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 보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하며, 그런 의미에 맞는 작품으로 작가들과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시도가 되길 바란다.

공익적 미술이든 공공미술이든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창작의 기틀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일상에서 예술의 향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봉석 울산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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