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포스트 아베 후보들 행보 주목

▲ 지난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자는 내달 15일 무렵 결정될 전망이다. 차기 총재 후보군으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꼽히고 있다. 교도통신 자료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도 사임하기로 함에 일본 정국은 혼돈에 빠져들 전망이다. 8년 만에 새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다음 달 새로운 내각이 출범할 전망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면서 국내 정치를 안정시키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지만 이루지 못한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국정의 주요한 축이던 외교 정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한일 관계의 변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29일 일본 도쿄도에서 발행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보도돼 있다. 됴쿄=연합뉴스

◇개헌 불투명·외교정책 등 집중 어려울 듯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던 개헌을 차기 내각이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1946년 11월3일 현행 헌법을 공포한 후 한 번도 개정하지 못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개헌 자체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참의원 모두 국회의원 정원의 3분의 2 이상이 모두 동의해야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고 국민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도록 한 개헌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헌법 개정, 특히 평화 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9조 개정에 대한 우려와 신중론이 그만큼 뿌리 깊다.

2016년 7월 실시된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에 의욕을 보이는 개헌 세력이 국회의 3분의 2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개헌안 발의 요건을 충족했으나 이후 사학재단 비리 의혹 등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내 손으로 개헌을 이루겠다고 강조한 아베 총리는 개헌안 발의조차 못 했다. 코로나가 확산하고 정권이 불안정한 가운데 개헌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코로나를 계기로 전염병 확산 시 긴급 대응을 위한 조항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법률의 범위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실질적인 개헌 동력이 될 가능성이 현 단계에서는 크지 않다. 인적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외교정책은 제한된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한일관계 변화 있을까…1965년 체제 근본적 시각차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주도했던만큼 한일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최근 한일 간에 최대 현안이 된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한 양국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본 총리가 바뀐다고 일본의 태도에 즉각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

다만 총리의 정치적 결단과 대화 의지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국제법 위반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응하지 않았던 만큼 차기 총리가 대화에 응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지도자가 대화하며 해법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일 간에 서로를 대하는 국민감정에 변화가 생기면 일본 제철 등 피고 기업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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