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좌초를 거듭하며 20년을 끌어온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공영 개발을 시도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부동의로 사업을 중단한 지 2년여 만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 머물러 있던 사업은 대명건설이 관심을 사업 의지를 표명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번 사업은 민관 공동, 혹은 민간 단독 개발로 추진된다. 시와 군은 대명건설이 제시한 최초 제안서를 바탕으로 3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연내 사업자를 선정한 뒤 빠르면 2023년에는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케이블카 사업은 뒤늦은 감이 있다. 전국의 다수 지자체들이 잇따라 케이블카를 건립하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과다 경쟁으로 수익성까지 떨어진 시점이어서 적자 운영에 대한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100% 민자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자체는 적자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지만, 일부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 세금 먹는 애물단지를 건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민관 공동 개발이 될지, 민간사업자가 단독으로 추진하게 될지는 공모 결과에 달려 있다. 군은 3자 공모 준비 과정에서 최초 제안자인 대명건설 외에 복수의 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 중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업체에 사업을 맡기게 되는데, 시와 군은 혈세 낭비에 대한 부담을 우려해 가급적 100% 민간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결국 사업성이다. 사업의 최대 고비인 낙동강환경청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전국적 명소인 신불산 억새평원과 다소 떨어진 지점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카 이용객을 억새평원으로 유인하기 위한 꼼수가 발생할 수 있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공영 개발 추진 당시 이미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상부정류장의 위치는 신불산 억새평원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었는데, 이는 최우선 보존 대상인 낙동정맥 핵심구역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럴 경우 가을철 성수기를 맞아 관광객이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억새평원의 장관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는데 담당 공무원은 개구멍을 만들어서라도 억새평원으로 접근하는 길을 만들겠다는 당황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일단 준공만 하고 보자는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

현재 추정되는 상부정류장 위치는 당시보다 억새평원과 더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편법이나 무리수를 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관권을 동원한 서명작업 논란은 애교에 불과할 수 있다.

상인에겐 상도가 있고, 스승에게는 사도가 있다. 마찬가지로 공직자에겐 공직자의 길이 있다. 각자의 역할마다 정해진 길은 다르지만 그 길을 바르게 가지 못하고 일탈하는 순간 반드시 탈이 생기는 게 세상 이치다. 공직자가 가야 할 길은 규정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길이어야 할 것이다. 사업의 성공만을 위해 정도를 벗어날 경우 그 선택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정도가 왕도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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