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태풍에 지역경제 ‘악화일로’
울산시 인사문제로 시민 우울감 더해
우울감 깊어져 분노로 확산될까 우려

▲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주 태풍 바비에 이어 이번에는 9호 마이삭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 울산을 덮칠 태풍은 그 위력이 초속 40m 안팎이다. 초속 40m가 넘으면 사람은 물론 큰 바위도 날려버리고 달리는 차를 뒤집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난 주말 울산에서는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어 월요일에는 6명이 감염되는 일이 일어났다. 울산은 그 동안 감염 경로가 비교적 뚜렷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언제 나를 감염시켰는지 알 수 없는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다는데 있다. 49일 동안의 장마가 이미 시민들을 탈진시켜 버렸는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 시민들은 풀썩 주저앉고 싶어진다. 뿐만 아니다. 막 시작된 신종 코로냐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이라는 뜻이다. 올해는 사상 초유의 긴 장마에 700㎜를 넘는 폭우가 쏟아졌으니 굳이 용어를 하나 더 만들자면 ‘헤비레인 블루’라고나 할까.

우울감은 이 뿐만 아니다. 울산의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다.

울산지역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2분기 기준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13명, 2019년 1.08명, 2020년 1분기 1.07명으로 떨어지다가 급기야 1명 이하로 내려갔다. 특히 7월 한달 동안 울산지역 인구 순유출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56개월째 탈울산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엑소더스도 이런 엑소더스가 없다.

인구는 도시성장과 경제의 디딤돌이다. 그런데 울산의 인구는 급전직하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인근 기장군은 지난 2007년 8만명에서 2020년 현재 17만1369명에 이르고 있다. 불과 10년만에 인구가 두배 늘어난 것이다. 양산도 2007년 23만명에서 2020년 35만1651명에 이르렀다.

경제가 불안정하고 정주여건이 조성되지 않다보니 울산 인구의 탈울산은 갈수록 가속도를 붙힌다. 물론 코로나19의 여파가 산업수도 울산에도 미쳤겠지만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게 커보이는 것은 왜일까. 울산시가 그 동안 계획해놓은 일들을 보면 하나같이 ‘먼 장래의 일들’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이 그렇고 수소경제가 그렇다.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는 언제 될지 기약도 없다. 이 프로젝트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빨리 극복하고 서민들의 삶을 정상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서민들은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인구가 자꾸 빠져나가는 것도 다 원인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울산시의 원칙없는 인사다. 송철호 시장은 요 며칠 사이에 송병기 전 부시장을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하려다가 철회했다. 재판 중인 사람을 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하려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송 시장의 인사는 한두번 말썽을 빚은 것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송 시장의 보은인사는 임기 2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울산시청이 어떻게 침체에 빠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자못 궁금하다.

우울감이 깊어지면 ‘분노’로 넘어간다. 분노는 일종의 에너지이기는 하나 방출이 조절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울감이 분노로 넘어가기 전에 스스로 달래고 또 달래야 한다. 코로나와 태풍은 불가항력이라고 치지만 울산에 대한 깊은 우울감은 어떻게 극복할까 걱정스럽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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