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구 울산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세계적 시야(Global Eyes), 세계적 사고(Global Thinking)를 갖춘 세계적 리더(Global Leader)를 양성하는 강의가 필자의 교수 목표다. 2학기부터 울산대학교의 추천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위촉을 받아 울산 권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국제통상에 관한 강의를 시작한다. 필자는 2003년부터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로서 ‘한국경제의 이해’라는 과목으로 경제성장이론, 정부의 경제정책, 기업가정신, 철강·조선·자동차·전자산업의 발전과정과 아산 고 정주영회장을 비롯한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강의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47년 창업한 현대건설의 기획부에 신규사업팀을 두고 1967년부터 조선사업 진출을 위한 신규사업 준비를 3년간 차근차근 진행했다. 유럽 스웨덴의 말뫼조선소와 일본의 가와사키조선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사업성 분석을 했고, 조선소 건설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버클리 은행을 찾아가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당시 500원 지폐를 제시하면서 해외자본을 유치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신규사업을 검토하면서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분야를 국내에 투자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났다. 특히 1960년대부터 새해를 일본 동경에서 맞으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 일본경제계의 이슈와 분석 등을 청취하면서 ‘동경구상’을 했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이라는 국민의식개혁운동과 함께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수출을 독려했고, 매월 수출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수출지원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정부 부처간의 의견조율을 하여 1970년대부터 약 50년간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사고의 프레임을 키우고 바꾸자”고 하면서 나에서 우리로, 이웃을 시민으로, 국민을 세계인으로 생각하면서 세계적 시야와 사고로 프레임을 키우고 바꾸자고 특히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상업(국제통상)과 공업(제조업)을 천시하다가 겪은 뼈아픈 역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세계 최초의 인쇄술인 1372년 고려시대 ‘직지심체요절’이다. 1450년 독일의 요한 쿠텐베르크 ‘42행 성서’ 활판 인쇄술보다 78년이나 앞서 개발됐으나, 사대부 집안, 승려 등 특정계층에만 사용하여 대중화에 실패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성서를 인쇄해 종교를 대중화하고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둘째, 일본의 도자기 기술에서도 아픈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1592년 임진왜란 시 도공 이삼평이 포로로 잡혀가 규슈 사가현에서 백자의 원료를 발견해 일본 도자기 ‘아리타 야끼’를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여 부를 축적하고 일본근대화인 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이 됐다. 조선시대 상업과 공업을 천시하며 기업가정신이 부족하여 빚어진 엄청난 아픈 역사임을 부인할 수 없다. 1910년 한일합병까지 318년의 역사가 소요됐다.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기술상을 제정하여 이공계를 육성하고 기업가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성장배경에는 핵심기술개발 주역이 있다. 1983년 삼성전자의 16KD램의 반도체를 개발한 이승휴 공학박사와 1984년 현대자동차의 알파-엔진을 개발한 이현순 공학박사가 그들이다.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승규 박사에게 1984년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했고, 이현순 박사에게는 1991년 장영실상을 수여했을 뿐이다. 그러나 두 공학박사가 개발한 반도체와 자동차엔진은 우리나라의 전자와 자동차산업에 엄청난 기여를 했고, 국민고용과 수출증대에 대한 공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임을 누구나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려시대의 인쇄술과 조선시대의 도자기 기술 사례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전자·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세계무역을 이끌어 갈 국제통상 인재를 키워 가야 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길이 우리 기성세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강석구 울산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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