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사막·티베트 고원 넘는
노모의 여정 카메라에 담아
자연과 사람 마주보기 고찰

▲ 두 모자의 육로 2만㎞의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2017년 가을, 84세의 이춘숙씨는 몽골 고비 사막을 지나 알타이산맥으로 갔다.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그리고 중국 신장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 고원을 지나 마침내 불교 성지 카일라스산에 도착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거나,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고통받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말로 다정한 인사와 사탕을 건네는 이춘숙씨의 모습을 아들 정형민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은 두 모자의 육로 2만㎞의 여정을 따라간다.

카일라스 순례를 떠나기 전 같은 해 봄에 다녀온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모자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2014년 히말라야 순례, 2016년 미얀마 순례의 모습도 짧게 담겼다.

카메라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의 일출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달려가는 이춘숙씨의 뒷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가만히 지켜본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정 감독은 “제가 두 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늘 혼자인 어머니를 봤다”며 “여정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카일라스산을 눈앞에 두고 이춘숙씨는 돌산을 덮은 얼음 계곡을 혼자서 맨몸으로 눕다시피 기어서 건넌다. 정 감독은 여전히 멀찍이서 그 모습을 담았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정 감독은 캐나다 유학 중 9·11 테러를 접했고, 학자의 길이 미약하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 다큐 번역 일을 시작했다. 혼자서 히말라야에 다녀와 만든 ‘여행자’ 이후 어머니와 함께한 순례길을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이춘숙씨의 마지막 소원은 인도 보드가야에 가서 빈민들에게 쌀과 담요를 나눠주는 것이고, 그 소원을 위해 노령연금을 모아왔다. 정 감독은 곧 아흔이 되는 어머니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고민하며 ‘소멸해가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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