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세대(世代)는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이라고 한다. 요즘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는지 ‘세대 교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나. 온라인 수업이다. 새로운 기기와 환경에 아직 적응 못한 40대 후반 경력 교사인 나는 첨단기기와 프로그램 앞에 무능력함을 느꼈다. 이에 반해 젊은 선생님들은 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화상회의 ZOOM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수업에서 기술적 어려움이 하나도 없는 듯 보였다. 그들의 젊음과 도전이 부럽기만 하다.

둘. 작년 이 맘 때 연수를 듣던 도중 어디서 많이 본 얼굴과 표정의 선생님을 만났다. 어디서 봤더라. 맞다, 그 표정은 내가 가르칠 때 수업에 한창 빠져서 듣던 학생의 것이었다. 그 학생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나와 같은 연수를 듣고 있었다. 세대 교체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연수 강사의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은 왜 과학이 아니죠?’라는 질문에 ‘반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모습이 진짜 멋있었다. 이 선생님에게 배우는 논리학 수업은 얼마나 멋질까?

셋. 얼마 전 대학원 지도교수님께서 별세하셨다. 산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2년 동안 찾아뵙지 못해 너무 죄스럽고 슬펐다. 나는 선생님께서 지도하신 마지막 제자였다. 바보 같은 졸업 논문은 도저히 통과될 수 없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진짜 불같은 호통을 치셨고 나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그 때 선생님은 다른 교수님들께 전화를 걸어 나를 좀 도와달라고 요청하셨다. 서릿발 같은 그 호통 속에는 진짜 선생님의 사랑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정년퇴임을 하셨고 나는 그동안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선생님께 안부를 묻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다. 작년 이 맘 때 전화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몸을 못 움직인다고 하셨을 때 그 때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선생님께서 쓰신 책 <우리 제례 이론에서 실용까지>를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기로 했는데 아마 그 글은 내가 선생님이 계신 하늘에 쓰는 편지가 될 것이다. 오늘 내가 한문 교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생님께 제대로 잘 배워서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철이 없어 그 가르침의 깊은 의미를 잘 알지 못해서 항상 미안하다. 이병혁(1937~2020) 선생님은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로 나말선초의 한문학을 연구하셨다.

넷. 어제 날짜로 정년 퇴임한 교장 선생님께서 동안의 아쉬운 마음을 내부 메일로 보내셨다. 아쉽고 마음이 아팠다. 나도 언제가 가야할 길이기에. 현장에 함께 있을 때는 언제나 만나는 동료이지만 현장을 떠나면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일들을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어떤 시기가 온 것 같다.

일찌기 노자는 ‘공성 명수 신퇴 천지도(功成 名遂 身退 天之道: 공을 이루고 이름을 얻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다)’라는 말을 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공을 이루는 일(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이름을 얻는 일(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일)’일 것이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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