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움직이는 토끼 모자’ 세계적 인기에도
개발자 특허 내지않아 모방업자만 배불려
발명땐 즉시 특허내야…1년까지 출원 가능

▲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요즘 말로 ‘핵인싸템’이라는 것이 있다. ‘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가 쓰는 아이템’을 뜻한다고 한다. 2018~2019년을 강타한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가 바로 그것이다. 하정우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이를 쓴 모습이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대 히트를 쳤다.

얼마 전 저녁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무거동에서 한의원을 하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특허 관련 내용이 나오고 있는데 이걸 토대로 글로 쓰면 되겠다고 했다. 진작부터 필자가 글감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였다. 그날 tvN에서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이거 누가 만들었지?’ 특집에는 여러 발명가의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특히 권용태 씨의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가 시선을 끌었다. 이 제품은 전 세계적인 인기 상품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발명가는 특허를 내지 않아 5000~6000만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 전부였고 오히려 모방 생산업자가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고 한다.

이 제품은 에어 펌프를 이용한 발명품이다.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어릴 적 자주 보던 말 장난감이 있다. 펌프를 누르면 앞으로 나가고 자칫 세게 누르면 안타깝게도 옆으로 넘어지고야 마는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토끼 모자를 보는 순간 이것을 떠올렸는데 마침 발명자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이 발명품이 히트를 친 것을 보면,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것을 응용한다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 실생활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거나 조금의 개량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발명이 탄생한다. 음료를 마시는데 어려워하는 어린 딸을 위해 개발한 ‘주름 빨대’ 발명도 그 예이다.

한편 토끼 모자 발명에 대해 지금이라도 특허출원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권용태 씨가 최초 개발자라는 증거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부터 말하면 ‘불가(不可)’이다. 특허요건의 하나인 신규성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고대문서에 적혔어도, 익숙하지 않은 아랍어로 쓰였어도 명확히 기재되어만 있다면 동일한 발명의 특허출원은 신규성 위반으로 거절된다. 이는 자기가 개발하고 공지시킨 것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들어가서 누구나 실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소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다만 소위 ‘찬스’라고 할 만한 게 하나 있다. 특허법은 이런 억울함을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공지 후 1년 이내에 본인이 출원 시에는 이를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공지예외규정이라는 것을 두고 있다. 바꿔 말하면 1년을 넘긴 후에는 대책이 아예 없다는 것이 된다. 세상에 나온 지 이미 수년이 지난 토끼 모자는 다른 특허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안타깝게도 특허등록원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그러면 발명자들은 발명을 완성한 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등록 가능성이 있고 노하우보다 특허로 보호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다면 즉시 출원해야 한다. 해외에도 진출하려는 생각이라면 해외출원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등록주의, 선출원주의에 따라 등록을 받아야만 보호받고 먼저 출원한 자가 등록받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개발자는 특허 외에도 디자인, 상표 등을 모두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관을 어필하고 보호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등록을 받아야 하고, 광고를 위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아야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 “그때 출원했어야 했는데…” 이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을 뿐이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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