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는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받고 있으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에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K-방역이 있다. K-방역은 한류를 이끌고 있는 대중가요의 상징인 K-팝(POP)과 같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방역시스템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국 BBC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을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다른 외신들도 조금 차이는 있지만 ‘최상의 모델’ ‘인상적인 국가’ 등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도내용을 보면 정보의 개방성 및 투명성을 바탕으로 드라이브스루 같은 혁신적이고 대대적인 검사, 적극적인 확진자 동선 파악,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등을 소개하고 있다. K-방역은 여기에 마스크 착용 등 높은 시민의식,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의료진의 헌신이 더해지면서 완성되었다. 이처럼 코로나19 방역에서 우리는 분명 세계 모범이 되고 있으며, 그 시작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메르스사태 이후 파악된 문제를 보완하고 대응 매뉴얼 개발하는 등 사전 준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재난이나 사고에도 잘 대응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교통사고 등 우리나라 안전사고 사망자는 2018년 기준으로 2만8040명이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54.7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하위 30%에 해당하는 26위이다. 이는 K-방역의 명성에 맞지 않는 안전관리 수치이다.

안전관리 분야에서는 ‘우문현답’이란 사자성어를 빗대어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만큼 현장을 관리하는 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다양한 안전관리 분야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지역의 안전나침반 역할을 하는 지역안전지수를 개발했으며, 행정안전부에서 2015년부터 매년 공개하면서 지자체의 안전관리 분야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지역안전지수는 안전사고 사망자 등을 활용하여 지역의 객관적 안전수준을 진단하고 취약분야 등을 자치단체에 제공하여 자율적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특히 주민들에게 지역의 안전수준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안전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울산광역시의 경우 지역안전지수 개선을 위해 우선 관리가 필요한 교통사고 위험지역을 대대적으로 찾아 과속단속 CCTV 등을 설치했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안전운전 및 보행교육 등 안전의식 개선 사업도 병행했다. 그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는 93명(2015년)에서 53명(2019년)으로 43%나 감축되었다.

이와 같이 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취약분야를 찾아 대책을 준비하고 실행하면 안전 환경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정부는 지역의 안전관리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행정·재정, 기술정책 및 제도개선을 통해 자치단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 및 자치단체의 안전관리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높은 시민의식으로 동참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안전은 불가결의 요소이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재난에도 K-방역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접근을 통해 재난 및 안전사고의 사전 예방능력을 향상하고, 이러한 과학기술 기반의 정책으로 매일같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사망자도 감축하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거듭날 때이다.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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