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사회부 기자

“확진자가 방문한 곳이 어디인지를 모르니 오히려 더 불안해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습니다.”

울산은 8월 초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구역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61번 확진자 이후 일주일 새 70번대까지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고 여기에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 등이 겹치면서 한 달여 만에 119번(9월7일 기준)까지 늘어났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시민 불안감은 급격히 고조됐다. 울산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행정명령을 추가로 발령했고, 시민들은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안전문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 속 코로나 확진자 동선을 두고 시민들과 울산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국적인 이슈다. 동선을 세세하게 공개하라는 시민들을 상대로 시는 방역당국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동선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포털사이트에는 당일 역학조사를 이유로 유일하게 공개된 울산의 한 식당 상호가 실시간 검색어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시가 확진자 동선을 구 단위로만 표기하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울산시 코로나 확진자 세부동선 정보공개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한 글쓴이는 “올해 초만 해도 울산시가 세부동선을 자세히 알려줘서 무섭긴해도 동선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서 “너무 불안하니 동선을 상세히 공개해달라고 시에 호소를 해도 ‘뭐가 불안하냐’고 하는 것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 청원은 현재 6440여명이 동의를 한 상태이다.

울산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등장한다. 동선을 모르니 다른 자영업자들이 더 피해를 입고 있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반면 지역 지자체는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라는 민원 전화 때문에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라며 오히려 민원 전화를 자제해달라는 입장이다.

시는 강경하다. 공개를 하는 다른 지역이 잘못된 것이고 울산시는 방역 당국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동안 동선의 세부적 공개를 놓고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감염병 차단과 개인정보 보호가 양립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협의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거나 특정 상가에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닌, 불안함을 달래고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합의된 정보 공개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 것이고 보건소와 지자체에는 문의전화가 계속 폭주할 수밖에 없다. 김현주 사회부 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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