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공인회계사·건축사 등
전문자격증 합격자 증가 추세
의사 증원반대 설득력 떨어져

▲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치, 의료계의 파업이 연일 핫뉴스다. 공공의대 설치는 젖혀두고, 의대정원 확대 논란은 예전의 변호사 합격자 숫자에 대한 분쟁을 떠오르게 한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사법시험 합격자수는 1981년부터 300명으로 늘어났고, 1996년부터 해마다 100명씩을 늘려서 2004년 이후 1000명이 되었다. 그 후 사법고시는 폐지되었고, 한 해 2000명의 로스쿨 졸업생을 위한 변호사 시험은 2012년부터 1500명을 합격시키다가, 2017년과 2018년에는 약 1600명으로, 2019년과 2020년에는 약 1700명으로 합격자를 늘렸다.

변호사업계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2020년도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 후, 대한변호사협회는 곧바로 성명을 냈다. “법률시장의 수급 상황, 법조 유사직역의 통폐합 미실현 등의 현실을 도외시한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로스쿨 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만 늘릴 경우, 그 피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되고 변호사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명에 반응하는 국민도 없고, 그것을 크게 보도한 언론도 없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가 늘어나서 피해를 입었다는 국민들이 거의 없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변호사 단체도 달리 수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변호사들은 합격자 숫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예전에는 가지 않던 공공기관에도 취업하고, 기업에도 취업을 한다. 사건당사자들이 변호사 만나는 일이 너무 쉬워졌고, 수임료는 예전 기준에 비하여 할인되고 있다. 변호사 1인당 수임건수가 줄어들고, 사건 하나에 별의별 쟁점을 다 찾아내어서 다툰다. 어쨌든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합격자 숫자가 늘어난 전문자격시험이 비단 변호사 시험뿐이겠는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는 1985년 이전까지 100명을 넘지 못하였고, 1985년 이후 100명을 넘겼다. 그러다가 1990년부터 2005년까지는 대략 500명 내외를 선발하였고, 2005년에 1000명을 넘었다. 그 이후 지난해까지 1000명을 유지하다가 2020년에는 1110명으로 늘어났다.

건축사 시험 합격자 숫자는 1990년대에 1000명 내외이다가 2000년대에 200~500명으로 줄어들었고, 2017년에 607명, 2018년 752명, 2019년 1090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2회를 나누어서 선발하는데, 전반기에만 1306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합격자 숫자가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의대정원은 2000년에 3273명이던 것이 순차적으로 줄어들어서 2006년에 3058명이 되었고, 그 이후 동결됐다. 2006년에 줄어든 이유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의사들이 의대정원 축소를 요구하는 바람에 정부가 할 수 없이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가 동결된 지 17년만인 2022년부터 그 정원을 400명 늘려서 3458명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의사들의 피켓을 보면, ‘인구수가 감소하는데 의대정원 확대가 웬 말이냐’ 하는 것도 있고, ‘OECD국가 중 의사 증가율이 최대’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인구수 감소로 따지면 모든 전문자격증 합격자수는 다 줄어 들어야 하고, OECD국가 중 의사 증가율이 높아 보았자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임상의사수가 OECD 최하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17년째 동결된 의대정원을 2022년부터 약 10% 늘리겠다는 것에 그토록 반대를 하는 의료계의 주장은 어쨌든 납득하기 어렵다. 그 정도의 증원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는가? 의대정원 확대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정부의 결정이 아쉽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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