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방 건강불평등 완화시킬
지역 중심 주치의제도 추진 환영
지방 보건의료 지원 방안도 필요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의료수준이 높아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국민들은 그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취약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의료부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구의 환자들은 병상이 부족해서 광주까지, 최근에는 진주에 사는 환자가 마산까지 가서 치료를 받는 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이 최고라고 주장하나 대도시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OECD 보건분야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평균 4.5개보다 많은 12.4개다. 하지만 인구 100만 명 당 공공병원 수는 4.34개에 불과하다. 회원국 31개국 중 정보공개가 안된 5개 나라를 제외하고 공공병원 수가 한 자리 수인 나라는 우리나라,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벨기에뿐이다. 병상 수에 따른 보건의료인력과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18년 OECD 평균 3.5명에 못 미치는 2.4명이다.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도 7.5명으로 평균 13.5명보다 적다. 의대정원은 독일의 경우 약 1만 명(인구 8300만명)이고 여기에 5000명을 더 증원하려 추진 중이다. 일본은 약 9330명(인구 1억2650만명)이고 우리는 약 3058명(인구 5200만명)이다. 인구 대비 의대정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대생 정원 증원이 필요함도 알 수 있다.

지역별 의료 격차도 크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은 4.4명인 반면 울산은 전국 평균인 3명도 되지 않았다.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중구로 19.6명이었고 가장 적은 곳은 강원도 양양군으로 1명이었다. 무려 19배의 차이가 있다. 질 높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격차를 줄일 필요도 있다.

경상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는 지역민들과 의료인들이 함께하는 의료협동조합활동들이 있다. 조합 활동을 20년 가까이 한 간호사 출신의 현 김보라 안성시장은 활동 중 가장 어려운 일은 의사를 구하는 일이었다고 토로한 바가 있다. 지방에서 동료보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의사를 찾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용과 관련된 수익창출이 비교적 쉬운 인기 과는 의사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필수 의료과인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흉부외과를 포함한 외과 등을 지원하는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과 지역의 의료격차가 큰 점은 불편한 진실이 된지 오래다. 이는 일차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다.

지난 달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93개의 시민단체가 지지하는 가운데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창립총회 및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주치의제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의사가 많을수록 감염병 사태에서 위기관리를 잘할 수 있고 건강불평등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으며 고령사회의 건강관련 문제에 대처를 잘 할 수 있다. 즉 지역 중심의 주치의제도를 통해 일차보건의료체계를 든든하게 만들어 공공의료체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의 해결책은 의사수급에만 한정되면 안 된다. 한해 400명의 의사가 더 많이 배출된다고 해서 감염병, 건강불평등, 고령사회의 건강관련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진료과목별 의료수가 조정을 비롯한 지방의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복지혜택, 의사의 지방 배치를 위한 시스템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로만 몰려드는 의사들의 이동이 자발적으로 멈춰질 수 있다.

의사, 전공의, 의대생들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를 두고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중환자실과 응급실까지 비우며 파업해 바닥으로 떨어진 의사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의료시스템 강화의 초석도 다져지길 바란다. 이제 국민들도 이전보다 건강권 수호와 관련된 공적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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