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양산본부장

경남 양산시의회가 변화를 거부한 채 스스로 존재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의회가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고 시정을 감시·견제해야 할 책무를 외면할 경우 존립기반을 위협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양산시의회가 이달 들어 우여곡절 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야 모두 ‘네탓’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이달 초 1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1조439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 가운데 행사성 민간자본보조금 등 1억여원을 삭감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국민의힘과 무소속 의원들은 이상정(국민의힘) 부의장 직무 일시 정지를 두고 임정섭(더불어민주당) 의장과 정면 충돌했다.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동안 제안설명을 위해 자리한 시장과 간부공무원은 헛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회의를 시작한 지 2시간30분 가량 지나서야 어렵사리 시장의 제안설명이 이뤄졌다. 시장과 공무원이 본회의장을 떠났지만 시의회는 파행을 이어졌다.

임 의장으로부터 직무 정지를 통보받은 이 부의장이 표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야당은 전반기 의장이었던 서진부(민주당) 의원 상임위 배정을 무산시키고 예산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공유재산특별위원회에 서 의원을 제외하는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임 의장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해온 야당이 사실상 서 의원 의정활동을 봉쇄하는 것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후 특위와 상임위별 예산 심의가 이뤄졌지만 1차에 이어 2차 본회의에서도 여야 간 책임 공방은 계속됐다. 2차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전체 17명 가운데 9명으로 과반인 야당이 참석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바로 정회에 들어갔다. 야당은 불신임안이 제출된 순간부터 임 의장이 진행하는 회의는 무효라는 행정안전부 유권해석 결과를 들이댔다. 이 부의장 직무 정지로 의정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등 임 의장이 진행하는 추경 처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임 의장 역시 불신임안 의결을 위한 의사 진행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의정활동까지 제척된다는 해석은 억지라며 회의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으로 직무 정지한 이 부의장을 울산지검에 수사 의뢰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자칫 추경안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다행히 추경안은 통과됐다.

시의회는 추경안 통과 이후에도 남은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선출, 의장 불신임안 처리를 위한 ‘그들만의 의회’를 이어갔다. 여야 간 팽팽한 기 싸움만 펼치다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결국 회기 종료에 따라 자동 산회했다.

이런 양산시의회의 의정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의회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가 없다. 민의를 외면한 채 당리당략과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의 결과는 결국 시민피해로 이어진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 실현을 위한 발상 전환, 시민을 위한 양산시의회로 환골탈퇴해야 한다. 김갑성 양산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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