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잘 알려져 있는 울산이 이번엔 생태도시로의 비상을 시도한다. 울산시는 14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NS)’ 등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AAFP는 2009년 FNS 개발 및 철새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37개 정부와 지자체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는 세계 9개 철새 이동경로 중 철새가 가장 많이 이동하는 경로다. 국내에서는 철원평야(1997년), 천수만(1999년), 우포늪(2008년), 금강하구(2010년), 송도갯벌(2019년) 등 16곳이 이 네트워크에 등재돼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철새 서식지는 다 등재돼 있는 셈이다.

이번에 울산시가 FNS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도시 못지 않는 큰 의미가 있다.

우선 ‘공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살아왔던 울산시민들에게 이번 등재신청은 도시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은 그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낙인이 찍힌 도시였다. 각종 공해물질 때문에 농작물이 자라지 않았고, 강에는 썩은 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울산이 공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면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FNS 등재 신청은 울산의 맑은 강, 맑은 하늘을 온 누리에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FNS 등재신청의 두번째 의미는 생태도시 울산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울산시가 등재 대상으로 선택한 곳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태화강과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 등 55.14㎢에 달한다. 특히 태화강 국가정원은 국내 각종 철새가 몰려드는 명실상부한 철새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멸종위기종 개체수 등의 면에서 다소 불리한 점도 있다. 실제 올해 등재된 인천 송도 갯벌과 남동유수지는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이 많이 서식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울산이 그 동안 이룩해 놓은 환경적인 부분은 누가 뭐라해도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모든 역경을 딛고 환경도시로 다시 태어난 울산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다.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업도시 한 가운데에 백로떼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풍경을 지금까지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시는 빠르면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AAFP도 울산의 진정한 스토리에 감명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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