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오 선발 카드 접고
수비 스리백으로 흔들
경쟁자 전북에 2연패
승점 2점차 추격 허용
울산은 이번 경기로 잃은게 많다. 이겼다면 2위 전북에 승점 8점 차로 크게 앞서며 우승을 사실상 ‘예약’할 수 있었지만, 승점 2점차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또 최근 11경기 연속 무패(8승3무) 행진도 중단됐다. 현대가(家) 더비 역대 전적에서도 36승26무37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울산으로서는 좁혀진 승점차보다 정신적 타격이 더 무서운, 그야말로 ‘결정적 패배’다. 상승세를 제대로 탄 전북과, 우승 경쟁자에게 2전 전패해 분위기가 크게 꺾인 울산의 순위는 앞으로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경기 시작 1시간여 전 발표되는 선발 출전 명단에서부터 조짐은 보였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득점 랭킹 압도적인 선두인 리그 최강의 골잡이 주니오를 벤치에 앉히고 22세 이하(U-22) 자원인 박정인을 최전방에 세웠다.
김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명단이나 전형에 의외의 변화를 주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그중 다수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정인은 전반 13분 페널티아크에서 한 차례 멋들어진 중거리 슈팅을 날린 것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김 감독은 결국 전반 27분 박정인을 빼고 주니오를 투입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박정인의 침투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중요한 수비에서도 울산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울산은 잘 쓰던 ‘포백’을 버리고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김 감독은 어린 나이에 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나고 있는 원두재를 스리백의 중앙 자리에 포진시켰다. 그 왼쪽엔 불투이스가, 오른쪽엔 정승현이 섰다.
측면 수비수 홍철과 김태환은 경기 초반 윙백에 가까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울산의 양 측면 후방에 공간이 생겼고, 측면 공략이 강점인 전북 선수들인 이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불투이스는 홍철과, 정승현은 김태환과 협업해 측면 빈 공간을 막아야 했지만, 새 전술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수비망은 헐겁기만 했다.
울산의 두 차례 실점 장면 모두 허술한 측면 수비에서 비롯됐다. 박정인 선발 카드가 ‘헛수’였다면, 스리백은 ‘악수’였다.
김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자신의 패착을 인정했다.
반면에,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의 선택은 김 감독과 정반대였다.
최근 3경기 무승(1무2패)으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많은 것을 따지지 않았다. 오직 최강의 스쿼드를 구축하는 데만 신경 썼다.
교체 카드 한 장을 버리면서까지 U-22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선발명단을 짠 이유다. K리그에서는 U-22 선수를 선발 출전시키지 않은 팀은 경기 중 2명만 교체할 수 있다.
전술은 수비를 탄탄하게 할 것, 측면을 공략할 것 등 큰 틀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다 맡겼다.
모라이스 감독은 “나는 울산의 강점을 분석해 우리 선수들에게 전달만 했을 뿐,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며 대비책을 찾아 나갔다”면서 “선수들이 해낸 승리”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준 울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특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자, ‘울산의 적은 울산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15년 만의 우승을 애타게 바라는 울산 팬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건 전북이 아니라 김 감독이다.
정세홍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