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
울산 5개 구·군 총 20억 투입
지역내 500명 지원 역대 최대

부당 사전합의서 강요 논란
최종선정·평가내용 등 비공개
향후 질의·이의제기 원천봉쇄
일부 “노예계약·들러리” 우려

수십억 예산의 울산 지역 대규모 공공미술 사업이 졸속 행정 및 절차 상의 공정성 논란을 빚으면서 본격 출발도 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울산지역 5개 구군에서는 현재 총사업비 20억 원의, 일명 현정부의 ‘문화뉴딜’이라는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진행 중이다. 5개 구군은 지난달 일제히 공고를 내고 해당 구군별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작가팀 1팀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군별 작가팀으로 선정되면 4억원의 예산을 받아 내년 2월까지 해당 구역 내에 설치미술, 벽화, 조형물과 같은 공공미술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5개 구군 중 가장 일찍 선정팀을 확정한 북구의 공모 절차가 평가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데다, 참여작가에게 부당한 사전합의서까지 강요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문제의 요지는 문예 행정의 안일함과 절차의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진행된 북구의 공모가 이처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번 주 중 접수마감 및 심의를 앞둔 북구 이외 다른 기초지자체의 같은 공모 사업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총 4개 팀이 응모했던 북구 공모는 지난 17일 오전 참가팀들의 PPT 발표가 진행됐다. 이후 당일 오후 곧바로 선정 단체가 확정됐다. 최종 선정팀은 울산지역 환경예술 관련 법인으로 판가름 났다. 하지만 선정팀이 향후 수행할 프로젝트 내용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키웠다.

본보가 취재한 결과 북구의 공모는 공고 단계부터 아예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고내용 중 ‘유의사항’에 따르면 ‘작가팀 선정을 위한 평가결과는 공개하지 아니’하고 무엇보다 ‘신청자는 이와 관련하여 절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더해 ‘공모신청하는 작가팀은 공고내용을 확실하게 파악한 후 공개모집에 응하여야 하며, 이를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사항에 대한 책임은 신청팀에 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심사위원단의 평가결과는 비공개로 진행하며, 향후 결과에 대한 질의나 의문제기는 원천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정에서 탈락한 팀 중에는 이같은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팀도 있지만, 또다른 팀은 사전에 알고도 사업을 신청하는 입장에서 도저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응모팀 작가는 “울산문화재단의 사례만 보더라도 요즘 문화예술 관련사업은 모든 절차 이후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 총평 공개가 기본”이라며 “코로나로 힘든 예술작가들에게 단비가 되려나 기대했더니 ‘묻지마’ ‘깜깜이’ 진행으로 오히려 상처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구는 응모신청에 참가한 지역작가들 모두에게 ‘해당 사업에서 탈락할 경우 사후협의에 따라 선정팀 작가로 참여하겠다’는 사전 동의서까지 내도록 요구했다. 얼핏보면 이는 공모에 탈락하더라도 이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 준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달리보면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핸드링 하겠다는 포석이자 혹시라도 부족한 내용을 사후처방으로 메우겠다는 꼼수로 해석될 수 있다. 무엇보다 탈락 팀의 불만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저의로도 비춰진다. 일부 작가들은 “미술인을 예술가로 보지않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예계약’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모든 것을 짜맞춘 뒤 들러리를 세운 것”이라는 격앙된 표현을 쓰기도했다.

북구 결과 발표의 후폭풍이 이처럼 거센 이유는 이번 공모에 참가하는 지역작가 숫자가 그 동안 울산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관련 사업 중 역대 최대인 이유도 있다. 그만큼 파급력과 집중도가 크다. 해당 공모에 참여하는 단일 작가팀은 최소 37명의 지역작가를 사전섭외해야 한다. 울산지역 5개 구군마다 적게는 2팀에서 많게는 4팀이 응모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최소 500명 이상의 작가들이 이번 공모와 직접 연관됐다. 중구·남구·동구·울주지역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는 빠르면 이번 주 중, 늦어도 추석 전 마무리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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