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민 울산 100인의 아빠단 2기

2016년 11월25일 아빠가 되었습니다. 열 달 동안 기다리며 어떤 아빠가 될지 고민하고, 준비했음에도 아빠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릴 때는 안는다는 행동이 겁이 나고, 안아주다가 큰일 낼까봐 겁이 났습니다.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에 가면서 사회성이 형성되고 아빠와 대화가 되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100인 아빠단으로 선정되고 나서 정말 신이 났습니다. 원래도 둘이 쿵짝이 맞아서 잘 놀기는 했으나, 정말 내가 아이와 잘 놀고 있는 것인지,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반 친구의 이름만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을 때 저에게는 큰 빛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힘들지만, 다양한 미션을 하면서 지금까지 함께한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놀면서 아이는 점점 성장해갔고, 아이는 이전보다 더 즐거워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요’ 미션을 할 때 아이의 조부모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엄마 없이 둘이서 가는 것이 낯선지,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창밖만 바라봐서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도착해서 조부모님께 인사드리고, 함께 장독도 만져보고, 물놀이도 하고, 오이, 가지, 고추도 수확해보는 등 둘이서 해보지 못한 것을 많이 했습니다. 밥을 먹고 늦은 저녁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가 대뜸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아빠, 다음에도 같이 놀자. 사랑해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기도 했지만,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놀아준 것은 아이의 입장만 생각한 것이지, 아이와 놀아준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하는 힘 키워주기’ 미션을 하며 함께 책을 읽을 때는 아이의 최근 관심이 ‘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생이 생기면 자신이 동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책을 보며, 아이가 어려서 이해를 못하면 어쩌나 하면서도 책 속의 이야기처럼 아빠도 엄마도 동생이 생기더라도 “늘 너와 함께 할거야”라고 말했더니 처음으로 아이는 “동생 좋아”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통해 소통의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미션은 정말 하나하나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새로운 놀이가 돼 줬고, 함께 하며 아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 자체 미션도 해봤습니다. 부엌에 있는 아빠의 모습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아빠와 함께 빵을 만들어요’ 미션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가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더니, 흔히 모닝빵이라고 부르는 빵을 아이는 “동그란 식빵 빵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해서 “아빠는 모닝빵이라고 불러”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는 “왜?”라고 질문했고 “아침에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라는 식으로 대화도 이어갔습니다. 밀가루를 채에 거르고, 반죽하고 정형해보며 함께 활동하고, 함께 생각도 해보면서 아이와 조금씩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빵을 만들고 나서 가족과 친구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가 나눔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작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아이가 생각도 하고 그를 바탕으로 인성적으로 성숙해가는 것 같아서, 100인의 아빠단 활동이 너무나 보석같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관계 형성은 당연하고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아이는 저에게 말합니다. “아빠 회사 갔다 와서 나랑 놀자. 집에서 친구해 줄거지?” 저는 말했습니다. “그래 시온아. 아빠가 같이 놀아 줄게. 아빠는 늘 너와 같이 놀 준비가 돼 있어. 다녀와서 함께 놀자.”

이런 행복 덕분에 요즘 들어 직장에서 누구씨로 불리는 것보다, 시온이 아빠로 불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100인의 아빠단 활동 덕분에 집콕해야 하는 요즘 함께 놀며 아이의 친구, 동반자,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아이도 작은 움직임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아빠들 내년에 저처럼 100인의 아빠단이 되고 싶으시죠? 조경민 울산 100인의 아빠단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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