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포부두 폭발사고 후 1년, 울산 안전 나아졌나
상)육지·해상 가리지 않는 유해물질사고

▲ 지난해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폭발사고 현장. 경상일보

지난해 아찔한 사고 후에도
올들어 공식적으로만 6건
사고때마다 ‘대책’ 찾지만
수년째 개선 여지 안보여
화학물질 관리 구멍 지적

지난해 9월28일.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중이던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버섯구름 모양 불기둥이 200m 이상 치솟았고, 먼 곳까지 열기가 퍼지는 등 울산 전역이 혼비백산했다. 탱크 27기에 14종의 화학물질 2만7000t가량이 적재돼 있어 자칫 울산이 불바다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후 민관 모두 화학물질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하지만 그 이후 화학물질 등 관련 사고가 지속 발생,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염포부두 폭발사고 1년을 맞아 울산의 위험물 사고 현황과 관리실태, 사고방지대책 등을 점검해 본다.

◇올해만 화학사고 6건, 실제는 10건 이상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21일 기준 올해 울산지역 화학사고 발생건수는 총 6건이다. 경기도(8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유출됐음에도 기준에 따라 화학사고로 분류되지 않는 체감 화학사고까지 합치면 발생건수는 훨씬 많아진다.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유출된 물질이 유해화학물질인지 여부와 해당 화학물질로 대기·토양 등 주변에 오염이 발생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화학사고로 분류된다.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폭발사고는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과 폭발사고가 발생한 탱크 속 화학물질인 스티렌 모노머(SM)가 유해화학물질이 아니란 이유로 화학사고로 분류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 5월13일 남구 한 업체의 지하배관이 파열돼 SM 11t이 인근 다른 공장의 우수로로 유출된 사고의 경우 유해화학물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변 토양의 오염이 확인돼 화학사고로 분류됐다. 화학물질안전원에는 지난 6월29일 온산읍 한 공단에서 발생한 질산 누출 사고가 가장 최근 발생한 화학사고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울산에서는 각종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달았다.

지난 7월29일 온산공단 내 화공약품 전문 유통업체 황산 50㎏ 누출, 8월14일 온산공단 한 공장 옥외 보관소에 있던 유독성 가스 물질 유출, 열흘 뒤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온산공단에서의 유출 사고 등이 이어졌다.

8월14일 사고는 화학사고지만 아직 게재가 안 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울산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최소 10건 이상으로 봐야한다. 이외에도 울산 앞바다에서 올해만 2건의 원유누출 사고도 있었다.

◇화학사고 울산만 증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허점 우려

환경운동연합은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시행 이후 국내 화학사고가 법 시행 직후인 2015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2015년 113건에 달했던 국내 화학사고 발생건수는 2017년 87건, 2018년 66건, 2019년 57건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반면 울산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공식집계 화학사고만 해마다 최소 5건에서 최대 8건에 달한다.

화학사고 발생 때마다 울산시와 유관기관은 대책마련에 나서지만 약간의 증감만 있을 뿐 5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베이루트 폭발사고 이후에도 화학 및 각종 유해물질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오히려 사고는 늘었다. 화학물질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이유다.

베이루트 폭발사고 당시 울산시와 관련기관은 질산암모늄 등 위험물질 취급업체와 보유 물량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후 울산 내 질산암모늄 취급업체가 18곳이라고 발표됐으나 그 중 정보가 공개된 곳은 9곳에 취급 물량은 5만t 정도로만 파악됐다.

지난 5월 발표된 감사원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에서도 부실한 안전관리실태가 지적되기도 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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