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성인지적 관점서 검토해 개선·변화
성평등한 울산에 한걸음 더 가까이

▲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모든 것은 농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2011년 스웨덴 칼스코가 시(市)의 공무원들은 성평등 지침에 따라 모든 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재평가 해야했다. 한 공무원이 웃으면서, 적어도 도로 위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은 ‘젠더감시단’이 건들지 않을 문제 아니냐는 말에 젠더감시단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눈을 치우는 작업은 성중립적인가? 아니면 성차별적인가?”

칼스코가시의 제설작업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요 도로에서 시작해 인도와 자전거 도로에서 끝났다. 그러나 이것은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이동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별분리통계를 살펴본 결과 여성들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은 이동방식을,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단순한 이동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여성들은 아동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노부모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이동 패턴이 단순하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이동방식의 차이를 나타낸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재평가 결과가 칼스코가시에 가르쳐준 교훈은, 겉으로는 성중립적인 것으로 보이는 제설 순서가 전혀 성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시의원들은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를 우선시 하도록 제설순서를 바꾸었고, 그 결과 이전과 대비하여 눈오는 날 사고 발생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스웨덴의 한 작은 도시인 칼스코가시의 제설작업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젠더적 관점에서 보면 뜻하지 않게 성차별적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렇게 어느 정책에서의 사업효과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한 성별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어느 성별에 불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을 ‘성별영향평가’라 한다.

성별영향평가제도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떠올려보자. 남자 화장실은 줄이 짧은데, 여자 화장실에는 줄이 길어 동동거리며 줄서 있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 조사 결과, 화장실 이용시간과 이용횟수가 여성이 길고, 많다는 결과에 따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되었고 여성용 대변기 수가 남성용 대·소변기 수를 합한 것 보다 많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후 휴게소의 화장실의 진풍경은 사라질 수 있었다. 또한 국방부에서는 군복 보급 시 여성 체형을 고려한 여군 전용 전투복을 개발해 보급한 것도 성별영향평가제도 덕분이다.

울산의 경우, 대표적으로 동구에서 여성의 경우 월경 중 수영장과 같은 체육시설 이용이 어려운 문제를 공감하여 관련된 조례개정을 통해 가임기 여성 할인 제도를 실시한 것을 들 수 있다. 남구는 최근 재난과 안전에 대한 성인지적 검토의 필요성에 따라 안전교육 시행계획 수립 시 교육대상자에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이 포함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북구는 가로, 광장, 수변공간, 문화· 체육시설 등의 경관관리에 성인지적 검토와 정책결정과정의 성별균형 참여를 위하여 위원회 구성 시 특정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한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 2항을 따르도록 개정한 바 있다.

성별영향평가제도를 통해 우리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정책들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검토해 성차별적 요소들을 개선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성별영향평가 기관으로 지정받아 울산성별영향평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여성가족개발원에서 시민들로부터 공모해 선정한 슬로건 ‘같이 이루는 가치, 성평등 울산’은 울산성별영향평가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성평등한 울산을 만드는데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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