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만큼 위협적인 북핵·자연재해
핵 불용 설득하고 친환경 생활 실천
각자 자리서 할 수 있는 일 해나가야

▲ 양성봉 울산대 교수·유기화학

다시금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지구 종말의 시계는 자정 7분 전에 출발했다가 1953년 미국의 수소폭탄실험으로 자정 2분 전까지 가깝게 다가갔지만 1991년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무기 감축협상을 통해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17분 전까지로 조정되었다. 하지만 2018년에 북한의 핵위협으로 11시58분을 가리키게 됨으로써 종말의 시간인 12시에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핵전쟁보다 최근에 일어나는 지구규모의 재앙이 빈번해져서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오랜 기간에 걸쳐 땅 속에 묻힌 여러 광물자원을, 지구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에 노출시켜왔다. 최근에 와서는 이렇게 채굴이 손쉽게 이루어짐으로 인해 지구표면에 많은 변화가 초래됐다. 그 예로 땅속에 묻혀 있던 석탄, 원유를 퍼내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킴으로써 발생된 이산화탄소와 열이 지구표면을 데우고 있는 것이다. 그 양도 얼마나 많은지 지구표면의 온도가 올라가 지구의 얼음을 녹이는 정도가 됐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얼음도 녹아내려 조만간 얼음이 전부 없어진다고 한다. 그 지역에서 고릴라가 마실 물조차 없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북극에 떠다니는 빙하도 녹아 내려 북극곰의 생활터전이 사라져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배로 북극을 경유해 유럽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조금 과장해서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던 파인애플도 서울에서도 재배해 먹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도 더워져 증발되는 물도 많아지게 되어 비가 오면 정말 바가지로 퍼붓듯 많은 비가 쏟아진다. 반면 평소가 비가 오지 않던 곳은 더 더워져 마실 물조차 말라버렸다.

손오공이 살던 화염산의 온도계는 곧 100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의 체온이 넘는 곳이 관측되기도 하고, 비가 너무 와서 홍수와 산사태 아니면 어마어마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우리를 괴롭히게 됐다. 옛날에는 동물 혹은 벌레가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매우 작은 먼지나 박테리아가 문제가 됐고, 지금은 이들과 함께 더욱 작은 초미세먼지와 바이러스까지 인간을 당황하게 한다.

지구 종말의 시계가 등장한 것은 핵폭탄이 이유였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과 함께 지구온난화, 초미세먼지, 바이러스, 기상이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시계바늘을 돌리게 한 이유가 됐다. 이렇듯 인간의 공통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것이다.

북한이 가진 핵은 미국이나 러시아 나아가 중국의 핵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하나라도 터지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자신이 해나갈 수 있는 일부터 차근히 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본다. 어떤 일을 함으로써 보잘 것 없는 좋은 결실이라도 있다면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핵을 가진 자는 핵을 터트릴 수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핵을 가진 나라에게 핵을 터트리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의 온도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원인인 석탄이나 석유의 사용은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지금은 상당히 고가이지만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이용을 늘리고 지하자원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좀 더 철저하게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필요가 있다. 또 자가용보다는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고, 차 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우리 후세들이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한다는 믿음을 가져보자. 지구상의 많은 이가 이러한 생각을 가진다면 지구 종말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양성봉 울산대 교수·유기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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