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태화강은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도시로 성장한 ‘산업수도 울산’의 상징이고, 동시에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생태도시로 거듭난 상징이다. 그 속의 푸른 숲 십리대밭은 상징 중의 상징이다. 태화강은 울산시민의 자랑이고, 태화강국가정원과 십리대밭은 울산시민의 정신적 위안이다. 언젠가부터 울산시민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태화강이 조금이라도 오염되거나 대숲이 훼손된 현장을 발견하면 원상복귀를 강력 요청하는 ‘유난’을 떠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9월3일 9호태풍 마이삭과 9월7일 10호태풍 하이선이 울산에 몰아닥치면서 태화강국가정원의 대숲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대나무는 휘어지기는 해도 부러지지는 않는다는 상식을 뒤엎고 전체의 20% 가량이나 되는 대나무가 부러졌다. 대숲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 좋게만 솎아내고 산책길을 내는 등의 인위적 손질이 원인으로 꼽혔다. 시민들은 대나무 훼손을 안타까워하면서 대숲관리 방향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도 공감했다. 하지만 복구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우후죽순이라고 할 만큼 대나무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부러진 대나무를 하루빨리 베어내고 당분간 좀 엉성하더라도 한 해만 지나면 새 죽순이 올라와 원상복구가 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러진 대나무가 여태까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벌써 태풍이 지나간 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물에 잠겼던 태화강국가정원은 모두 원상복구했다. 반면 아직도 약 20%에 이르는 대나무는 쓰러지거나 ㄱ자로 꺾인 그대로이다. 태화강변 산책에 나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울산시는 “장비 동원이 어렵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대숲 복구를 위한 비용으로 특별교부세를 신청했지만 재난복구 성격에 맞지 않다고 거절당했다면서 다른 국비 확보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키큰 대나무를 사람 손으로 일일이 베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도 들겠지만 울산시가 국비 확보를 이유로 3주씩이나 방치하고 있을 일은 분명 아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운동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가장 쉽게 자주 찾는 곳이다. 부러진 대나무는 죽창이 될 수도 있다. 시민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 재난복구 차원에 한정해 예산타령을 하면서 방치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실국간의 경계를 넘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근로와 시민자원봉사 등의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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