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시설 노후화·안전의식 부족에 화학사고 다발 오명

▲ 울산이 ‘화약고’ 오명을 쓴 데는 안일한 안전의식도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신항 도로변에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화학물질 운반용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울산은 화학사고 등이 빈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조성된 지 40~50년 되는 각종 노후설비에다 주먹구구식 지하배관망 등 곳곳에 위험요소가 산재해있다. 게다가 사고 때마다 인재성 논란이 반복될 정도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석유화학 밀집된 울산산단
지하배관 60%가 20년 넘어
지상 송유관·화학관의 경우
진단 담당기관·규정도 없어
취급 주의 화학물질 싣고도
신호위반 빈번 안전불감증

◇시설노후화에 개선 강제 권한도 없어

1960년대 조성이 시작된 울산국가산업단지(미포·온산국가산단)는 대부분 석유화학업종이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를 많이 다룬다. 이런 물질이 저장된 탱크가 약 1700여개 이상 밀집해 있다. 국가산단 내 지하배관 역시 1713㎞에 이른다. 화학관 745㎞, 가스관 592㎞, 송유관 160㎞ 순이며, 이들 배관이 총 지하배관의 약 87%를 차지한다.

 

이중 20년 이상 된 노후배관은 약 1031㎞로, 총 배관의 60%에 달한다. 특히 국가산단이 지어지기 시작한 때 매설돼 약 40년 이상 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관도 있다.

이외에도 위험물제조소 등의 설치를 허가 받은 업체는 제조소, 취급소, 저장소 등을 포함해 총 8126곳,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은 곳 역시 723곳이나 된다. 작은 사고가 큰 재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울산소방본부가 집계한 국가산단 화학사고 통계에 따르면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국가산단 안전사고도 울산이 21%(134건 중 29건)로 가장 많았다. 지하배관 관련 사고도 2014년 이후 올해 6월까지 6건이 발생했다.

울산시는 지난 2018년부터 지하배관 안전진단을 4단계에 걸쳐 시행중이다. 1차 연도 사업에서 즉시보수 필요 지점 8개소, 계획보수 필요 지점 55개소를 발견해 지하배관을 매설해 사용하는 업체에 개선 계획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노후화로 즉시 보수 필요성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업체에서 개선 계획표를 제출하고 실제로는 비용 등의 문제로 노후 지하배관을 개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작은 사고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업체들도 다 인지하고 있어 대부분 개선 계획표를 제출하면 실제 개선까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울산이 ‘화약고’ 오명을 쓴 데는 안일한 안전의식도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신항 도로변에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화학물질 운반용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안전 의식 부족이 ‘화약고’ 오명 부추겨

울산에서는 여전히 각종 화학물질 유출, 화재, 폭발사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방문한 울산석유화학단지. 지상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었고 일부 설비는 노후화된 모습이 선명했다. 시에 따르면 지상배관의 경우 고압가스관은 15년 단위로 정밀진단을 가스안전공사에서 실시하지만, 송유관이나 화학관은 따로 정밀진단을 실시하는 담당 정부 기관이 없고, 정밀진단 결과서를 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규정 또한 없다.

이어서 방문한 울산신항.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나 ISO탱크를 실은 차량들이 바쁘게 산업단지 쪽으로 향했다. ISO탱크는 액상·위험물 전용 국제표준 탱크로 주로 액체화학물질이나 위험화학물질을 옮길 때 이용된다. 그러나 신항 도로가에는 ISO탱크가 곳곳에 주정차하고 있어 충돌사고 등에 따른 2차 폭발사고 등 우려를 낳게 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은 화학사고 원인을 작업자부주의, 시설관리미흡, 운반차량사고 등으로 분류한다.

그만큼 운반차량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담긴 탱크를 운반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은 물품 취급 및 운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날 울산신항과 산업단지를 돌아보는 동안 일반탱크나 ISO탱크를 실은 화물차량 중 상당수가 신호위반을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위험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는 차량에는 화학물질 교육을 이수한 안전책임자가 동승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에는 운전수 1명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전의식이 미흡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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