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장승욱 지음)을 서가에서 발견하고 책 이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내용을 읽었다. 저자 장승욱은 토박이말 낱말 모으기를 대학시절부터 시작해 토박이말 사전 <한겨레 말모이>(1998)를 비롯한 우리말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쓰고 있는 국문학자다.

2010년에 출판한 1000쪽이 넘는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의 책머리에서 ‘도사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 도사리는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이다. 이 책은 우리말의 도사리들을 엮은 책이다. ‘생활, 세상, 자연, 사람, 언어 속으로’ 분류하고, 175개 표제어로 정리하여 우리말을 풀이하고 있다. 책 후반부에는 ‘우리말의 모든 것 말모이 편’이 수록되어 우리말에 관심을 둔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사리’ 편에는 필자도 잘 모르는 말들이 꽤나 있었다.

감투밥과 고깔밥 편에는 밥을 일컫는 말이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는 임금 밥은 ‘수라’, 어르신 밥은 ‘진지’, 제사 지낼 때 올리는 귀신이 먹는 밥은 ‘메’라고 한다. 하지만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이 ‘입시’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외에도 반찬이 소금뿐인 ‘소금엣밥’, 남이 먹다 남긴 ‘대궁밥’도 있다. 찬밥에 물을 부어 다시 지은 밥은 ‘되지기’이고, 맛있는 누룽지는 눌어붙었다고 해서 ‘눌은밥’이라 한다.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은 ‘강다짐’,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나니’, 꽁보리밥은 두 번 삶는다고 해서 ‘곱삶’이라고 한다. 논밭에서 김을 맬 때 집에서 가져다 먹는 밥은 ‘기승밥’이다. 밥을 그릇에 어떻게 담는가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표제어인 ‘감투밥’은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 ‘고깔밥’은 밑에는 다른 밥을 담고 그 위에 쌀밥을 수북이 담은 밥이다.

꽃비와 비꽃 편에는 비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단어가 수두룩하다. 안개처럼 가늘게 내리는 ‘안개비’, 조금 굵어지면 ‘는개’, 는개보다 굵은 비가 ‘이슬비’, 더 굵은 비가 ‘가랑비’ 차례다. 좍좍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비는 ‘웃비’, 한쪽으로 해가 나면서 내리는 비는 ‘해비’, 햇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는 ‘여우비’이다. 빗방울 대신 꽃이 날리면 ‘꽃보라’, 꽃잎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면 ‘꽃비’, 비가 오기 시작할 때 몇 낱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비꽃’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