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실시한 결과 52.8%의 찬성률로 가결됨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완전 타결을 끌어냈다. 또 노조 집행부가 공약으로 내 건 추석 전 타결도 이루면서 조합원들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추석 연휴를 보내게 됐다.

당초 기본급 동결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노조 내 일부 강성 현장조직들의 움직임 등으로 통과여부가 불투명했으나, 결국 다수의 조합원들은 ‘상생’을 택한 것이다. 노사는 코로나사태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12차례의 교섭을 진행하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결국 11년 만에 역대 3번째 ‘임금 동결’이라는 의미있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 시국 속 기업의 생존과 미래 역량 확보를 통한 조합원들의 고용 보장, 협력사와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임협 타결이라는 선례를 만들어냄으로써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까지 예상되고 있다.

반면 울산지역 또 다른 대형사업장인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우울한 추석을 맞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추석 전 가진 65차·66차 두 차례의 교섭에서도 아무런 성과없이 입장만 확인한 채 끝을 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1년4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2019년 임협은 올해도 추석 전 타결이 불발됐다. 2020년 임단협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어서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 3년치 임단협을 몰아서 해야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노사는 교섭 난항 및 장기화에 대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이제는 교섭과 무관한 상대방의 흡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노사의 팽팽한 대립과 갈등 속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집행부와 회사 모두에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복수노조를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해를 넘겨 진행하던 중 올해 6월 중순 새로운 노조가 출범하면서 교섭에 속도가 붙었고, 최근 2년치 단체교섭을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 소속 조합원 대부분이 새 노조에 가입하면서 새 노조가 교섭 대표 노조가 됨에 따라 2017년 4월 분사이후 고수해온 현대중공업의 ‘4사 1노조’ 체제도 사실상 ‘3사 1노조’ 체제로 축소됐다. 다른 계열사들도 ‘4사 1노조’ 체제에 불만이 적지 않은 터라 ‘4사 1노조’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 세계 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각 기업체들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생존에 힘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 노사도 이 같은 위기의식 공감 속 대립보다는 공생을 택했다. 조합원들의 권익보호 등을 위한 노조의 활동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나, 회사가 없다면 노조도 존재할 수 없다. 노사 이전에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