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동결을 선택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이어 세번째이고, 11년만의 임금동결이다. 교섭 시작 후 잠정합의안을 내기까지 40일밖에 안 걸렸다.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타결이기도 하다. 조합원들이 ‘고용 안정’을 공약으로 내건 이상수 지부장을 선택한 것이 생존본능이었다면, 임금협상에 앞서 ‘조합원 생존과 미래’를 키워드로 삼았던 것은 세계적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현실인식이었다. 코로나19와 4차산업 혁명의 위기감에 마치 철옹성 같았던 현대차 노조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26일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 가운데 2만3479명(52.8%)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가게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중소상인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러움이겠으나 적어도 파업으로 인한 상권침체의 가속화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울산은 ‘자동차의 도시’다. 여전히 현대차 울산공장에 울산의 미래가 달렸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현대차의 일감과 일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울산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무리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고 해도 자동차산업만큼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현대차 노조가 말하는 고용 안정이나 조합원의 생존과 미래는 곧 울산 경제의 안정이고 미래이다.

친환경차로 자동차 산업이 변화하면서 현대차의 인력감축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로부터 2025년까지 최소 20%에서 최대 40%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현대차의 생산과 고용 축소는 곧 울산의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이번 교섭에서 일자리 지키기에 방점을 찍고, 연간 174만대인 국내공장 생산물량 유지를 이끌어낸 것을 무엇보다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 지원을 위해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이제 노조의 변화는 임금 교섭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일자리 지키기와 국내 생산 물량 유지를 넘어서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기술 확보와 배치 유연성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시대적 요구와 지역사회의 여론에 부응하지 못하는 노조는 성공할 수 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