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임금동결 배경]

▲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울산공장에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상반기 영업이익 30% 급감
車 산업 일자리 감소 추세
시니어촉탁 합의도 큰 영향
계열사 등 파급효과 주목

현대자동차 노조가 11년 만에 임금 동결과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타결을 선택한 것은 신종 코로나 사태 위기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 변화 속에 고용 안정과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사태 속 임금 인상은 비판적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크고 매출 하락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경제 불확실성과 생산 자동화 등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위협에 대응해 일자리부터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친환경차로 전환과 생산 기술 변화에 따른 자동차 산업 인력 감축은 이미 수년 전부터 거론됐던 주제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10월 열린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로부터 2025년까지 최소 20%에서 최대 40%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을 청취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는 ‘고용 안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임금협상 시작을 앞두고는 키워드를 ‘조합원 생존과 미래’로 제시했다.

실제 올해 교섭에서도 일자리 지키기에 방점을 찍었고, 연간 174만대인 국내 공장 생산 물량 유지를 끌어냈다. 이는 주문량 변화나 기술 도입에도 일단 현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일자리와 관련해 퇴직을 앞둔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많았던 ‘시니어 촉탁 배치’ 문제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업계에선 향후 5년간 현대차 퇴직자를 총 1만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들이 시니어 촉탁 개선을 높게 평가해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이상수 노조 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에게 인정받는 노조’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뻥’ 파업 지양과 빠른 임협 타결을 내걸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올해 임금 동결과 무분규를 선택한 것도 이런 기조에 공감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줄어든 상황에서 임금 동결안을 거부하면 비판적 여론 조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이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현장조직에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앞두고 “영업이익은 줄었어도 흑자를 기록하지 않았느냐”며 부결 운동을 벌였으나 조합원들은 가결을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사의 이번 결정은 교섭을 진행 중인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대표기업이자 업계의 맏형 격인 만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교섭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특히 현대차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에 이목이 쏠린다. 기아차 노조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현대차 노사가 임금동결에 나선 만큼, 기아차 노조 역시 강경투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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