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 5일장 열린 언양알프스시장

▲ 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27일 오일장이 열린 울산시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코로나에 차례수요 줄고
태풍 영향 농산물값 폭등
간소하게 장보기가 대세
“값만 묻고 가는 사람 태반”
명절 대목 기대했다 씁쓸

“사람이 좀 붐벼 기대했는데, 긴 장마에 태풍으로 오른 농산물 가격에 혀를 내두르며 물건을 그냥 내려놓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수십년 장사했지만, 올해 추석 경기가 진짜 최악입니다.”

27일 오전 5일장이 열린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 좌판에서 고구마와 배추, 시금치 등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오전부터 조금씩 손님들이 모여들더니 점심 무렵에 제법 사람이 많아졌는데 그러면 뭐하냐,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도 줄고 사람도 많이 줄었다”며 “요새 채소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손님들도 가격만 물어보곤 그냥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푸념했다.

언양시장에서 15년간 떡집을 운영한 사장은 “최근에는 5일장이 서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워낙 줄다보니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이 자리에서 15년간 장사했지만 올해 추석이 코로나 때문에 제일 안 좋은 것 같다. 이제 추석대목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버린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언양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울산시민들로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시장 인근 남천교 아래서부터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가 발생하자 경찰들이 나서 교통정리에 한창이었다. 시장 내 정육점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고, 시장 곳곳에서 상인들과 손님간에 가격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만, 예년과 비교해 명절 대목치고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명절을 앞두고 5일장이 서면 발디딜 틈 없이 붐비던 언양시장의 중앙 삼거리가 이날은 통행에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다른 지역 전통시장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다.

최근에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언택트’ 추석으로 성묘와 차례수요가 줄어든 탓도 고스란히 추석경기에 투영되는 모습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장바구니도 가벼워졌다.

이날 시장을 찾은 한 주부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가까운 친척들끼리만 모여 추석을 보낼 예정이라 차례상 비용을 많이 줄였다”며 “안 그래도 가계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물가만 오르니 명절 지내는 것도 부담이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 중 저가 상품 위주로 장을 보는 경향이 있다보니 장기간 계속된 코로나 불황을 추석명절 특수가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상인은 “돈 많이 벌었냐고? 구매 단가가 높으면 몇개 안팔아도 돈뭉치가 들어오겠지만 1만원 이상 상품은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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