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종자 이름·고향 등 신상정보 소상히 파악”
“도박 채무 2억6천만원”…유족 “일방적으로 월북 단언” 반발

▲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양경찰이 밝혔다. 

해경은 국방부에서 확인한 첩보 자료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같은 판단을 했다. 

해당 공무원의 유족은 해경의 월북 판단 발표가 일방적이라며 반발했다.

◇ 국방부 첩보로 월북 정황 확인 

해경청은 29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47)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브리핑에서 “어제 본청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첩보 자료를) 확인했다”며 “A씨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어업지도선에서 단순히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봤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국방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부유물은 사람 키의 절반에 가까운 1m 길이로 엉덩이를 걸칠 수 있고 상체를 누워서 발을 저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경은 국방부 자료를 통해 해당 부유물의 사진 등을 본 것은 아니라며 색깔이나 정확한 크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A씨의 사망 사실도 확인했지만 시신 훼손 정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경은 이날 오전 최초 브리핑 때는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A씨의 신상 정보에 키를 포함했다가 오후 들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정정했다.

◇ “표류 예측 분석 결과도 월북 정황 뒷받침”

해경은 A씨가 실종됐을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도 그의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됐을 당시 단순히 표류됐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해경은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다.

해경이 키 180㎝에 몸무게 72㎏인 A씨의 신체 조건과 유사한 물체를 해상에 투하하는 실험을 한 결과도 표류 예측 시스템과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윤 국장은 “표류 예측 결과와 실제 실종자가 (북한에서) 발견된 위치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다”며 “인위적인 노력 없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제 발견 위치까지 (단순히)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 상태가 일정한 상황이면 부력재나 구명조끼를 착용할 때 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수산계열의 고등학교를 나온 A씨가 10년 가까이 서해에서만 어업지도선을 타면서 연평도 주변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당직 근무 직전 아들과 마지막 통화…“공부 열심히 해라”

해경은 A씨가 실종 전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그의 소유로 확인됐다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추가로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무궁화 10호 내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실종되기 전날인 지난 20일 오전 9시 2분까지 동영상 파일 731개가 저장돼 있었지만 A씨와 관련한 중요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731개 파일 가운데 27개 파일에서 무궁화 10호 선원이 등장했고, 이들 가운데 6개 파일에서 A씨가 나왔지만 특별한 정황은 없었다. 

해경은 그가 실종 당시에 무궁화 10호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A씨와 함께 21일 0시부터 당직 근무를 한 동료는 해경에 “A씨가 조타실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당직 근무에 들어가기 직전에 휴대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대화가 실종 전 마지막 통화 내역이었다.

해경은 현재 진행 중인 무궁화 10호 내 CCTV 감식, 인터넷 포털 기록 확인, 주변인 추가 조사 등을 통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채무가 3억3천만원 정도였다”며 “그중에 인터넷 도박으로 지게 된 채무만 2억6천800만원으로 전체 채무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 월북을 단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A씨 형 “동생 해양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

A씨의 형은 군 당국과 같이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해경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반발했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해경청이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와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동생과 자신의 해양 관련 활동 경력을 언급하며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미래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동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동생의 도박 채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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