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접종기간 전후 접종한 695명분은 지침 위반…백신 관리 부실
사용중지된 독감 백신 578만명분 품질검사 결과 내달 6~7일 나올듯

▲ 무료 독감 접종 '불안감 여전' - 29일 오후 서울시내 한 병원 앞에 무료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명도 없다’는 질병관리청의 애초 설명과 달리 조사 과정에서 속속 확인되면서 접종자 규모가 이미 800명을 넘어서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접종 사례 중 상당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정부의 백신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청은 29일 국가 독감예방접종사업 일시 중단 관련 설명자료에서 “정부 조달 물량 접종 건수는 어제(28일)를 기준으로 총 14개 지역에서 873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일인 27일 발표(407명)와 비교해 하루새 무려 466명이 증가한 것이다.

873명의 지역별 분포는 전북이 279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북 126건, 인천 86건, 부산 83건, 충남 74건, 서울 70건, 세종 51건, 경기 49건, 전남 31건, 경남 10건, 제주 8건, 대전 3건, 대구 2건, 충북 1건 등의 순이었다.

접종 시기별로 나눠보면 정부의 접종 중단 방침이 긴급 고지된 시점인 22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접종자는 605명, 22일 당일은 178명, 그 이후는 90명으로 파악됐다.

지침을 둘러싼 혼선이 있을 수 있는 22일 당일을 제외한 전후의 접종 사례 695건은 모두 예방접종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실제 한 의료기관에서는 유료로 독감 접종을 받은 60명이 정부 조달 무료 물량으로 무더기로 접종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질병청은 “사업 시작 전(21일 이전)과 중단 고지일 이후(23일 이후) 접종 사례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지침을 미준수한 사례”라며 “사업 중단 당일(22일) 접종 사례는 사업 중단을 인지하지 못한 사례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향후 조사를 거쳐 예방접종 지침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국가예방접종 사업 위탁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는 이미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한 13개 병·의원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질병청은 앞서 국가 조달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인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1일 밤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전격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돼 사용이 중단된 백신 물량은 총 578만명분이다. 

질병청은 백신 사용 중단 방침 발표 직후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연일 접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긴급하게 (문제가 된 백신) 사용 중단을 하고 난 이후에 시스템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의료기관에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긴급하게 안내했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면서 “아울러 정부 조달 물량(무료 접종분)과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량(유료 접종분)을 관리하는 데 있어 약간의 부주의한 면이 있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국가 예방접종 사업 재개 방안과 함께 취약계층 105명에 대한 백신 무료 접종 확대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상온 노출 의심으로 사용이 중단된 독감 백신 578만명분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접종 재개 관련 결정은 정치 논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판단을 근거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백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질검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으며, 약 2주간 소요되는 무균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최종 결과는 추석 연휴 직후인 내달 6∼7일께 나올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모든 백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들께서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또 “상온 노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고는 있지만, 전체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판단하겠다”면서 “최대한 효력과 안전성이 담보되도록 백신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해서 백신 접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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