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KTX역세권 인도교 설치 사업이 2020년 울산 울주군 우수 시책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삼남면 교동리 KTX역세권 1단계 부지와 태화강 건너편인 언양읍 일원을 도보 전용 교량으로 연결해 주민 이동 편의를 증진시키는 사업이다. 사업의 출발점은 지난 2018년으로 볼 수 있다. 당시 KTX역세권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도교 개설 민원이 잇따랐다. 아파트 인근 폭 3m 수준의 통로박스를 제외하면 마땅한 이동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요구였다. 울주군 민원 게시판에도 관련 요청이 속속 올라왔다.

그러나 군은 인도교 설치가 보행자 및 차량 통행, 도시개발 여건 등과 관련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당장 시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인근에 폭 20m가 넘는 울산시 도시계획도로 개설이 예정된 점을 감안한 답변이었다. 2년 여가 흐른 지금 군은 인도교 개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용역을 발주했다. 빠르면 2021년 말 착공해 2023년 개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 사업은 결국 군민의 제안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수 시책에, 그것도 최고점인 최우수상에 선정됐다는 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이에 대해 군은 우수 시책이 제안의 참신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년도 추진할 주요 사업 중 군민에게 큰 혜택을 주거나 혁신을 가져오는 사업을 선정하는 일종의 발표회인 만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벤치마킹을 하거나, 직무와 관련해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거나, 기존 아이디어에 세밀함을 추가하는 것도 선정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수 시책 선정 후 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온 선정 기준은 이와 다르다. 보도자료에서 군은 ‘올해 우수시책은 지역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창조적 사업을 발굴하고, 차년도 국가 예산 확보 계획과 연계해 다양한 국비 지원 사업 발굴을 위해 계획됐다’고 설명한다.

군의 설명과 달리 이 사업은 창조적이지 않을뿐더러 전액 군비가 투입돼 국비 확보와도 거리가 멀다. 취지와 동떨어진 사업이 최우수 시책에 선정되다 보니 뒷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심사 과정에서 취지에 어울리는 사업을 선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성 시비도 제기된다. 고심 끝에 우수 사업을 발굴한 부서 입장에서는 주민 제안으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이 사업이 최우수 시책에 선정된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수 시책 선정과 별개로 인도교 개설에서 불거진 예산 편성의 불합리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담당 부서는 총 7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내년도 당초 예산에 전액 편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예산은 빨라야 2021년 말, 늦으면 2022년은 돼야 집행이 가능하다. 즉 수십억원의 예산이 1년 가까이 서류상 묶여있게 된다. 예산의 효율성 측면을 감안하기 보다, 일단 예산부터 확보해 놓고 보자는 일선 부서의 마인드는 개선돼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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