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지난주 토요일은 우리나라 5대 국경일(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중의 하나인 개천절이었다. 개천절의 의미보다 곳곳의 집회 논란으로 경사가 아닌 혼란이었다. 개천절(開天節)의 ‘천(天)’은 여러 가지 의미라고 한다. 하늘의 의미도 있고 부족사회 우두머리인 군장(君長)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늘이 열린다’는 의미와 ‘군장을 열다’라는 의미로 ‘개국’ 혹은 ‘건국’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하늘은 눈에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사람의 본성을 의미하며, 개천(開天)은 이런 본성을 맑게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을 바탕으로 기원전 2333년에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다. 홍익인간의 이념에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이것에 기초하여 인간으로서의 생존ㆍ복지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하는 천부인권 사상도 포함되어 있다. 생존을 위한 안전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관점의 대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일부 극한의 대립관점이 만들어내는 갈등의 양극화에 사회는 짜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진정으로 홍익인간의 가르침이 필요한 때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참뜻을 많은 이들이 한자 그대로 해석하여 좁게 이해하고 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람만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의 문장을 연결해서 해석하면 ‘제세이화(濟世理化)’ 즉, 세상의 모든 만물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와 이치대로 살아가는 홍익세계를 만드는 참된 사람이 되라는 의미라고 한다.

홍익인간은 대한민국의 비공식적인 국시(國是)로 1949년 법률 제86호로 제정·공포된 교육법 제1조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교육의 근본이념을 천명함으로써 대한민국 교육이념을 대표한다.

교육이념이 ‘홍익인간’이라 해서 모두 다 지혜로울 수는 없다. 그래도 사회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해 역할은 해야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종교인이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이념이다. 종교인은 교단의 이익이 아니라 근본 가르침인 평화를 만들어내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정치인은 상황을 유리하게 왜곡하는 게 아니라 본질을 들여다보고 이해로 해결하려고 애써야 한다. 국민은 사고(思考)의 편향으로 판단에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노력’보다 ‘결과’를 먼저 기대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조바심이 생겨 충돌하고 좌절하게 된다. 코로나19 재난에 잃은 것도 많고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패러다임이 온택트(ontact) 삶으로 바뀌었다.슬기롭게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는 것도 홍익인간의 이념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고, 바람은 지나가려고 부는 것이라는 걸 믿어보자.

최명숙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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