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여당 전·현직의원 잇단 구설수
국민피로도 높여 국정운영에 부담
임기후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길

▲ 김두수 서울본부장

2017년 5월13일. ‘대선 재수생’으로 우여곡절끝에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뒤 북악산행길에 올랐다. MB(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근접 취재해 온 기자는 문정부의 출범상황과 대통령의 시그널을 지근거리에서 확인하기 위해 함께 등산길에 나섰다. 주홍색 재킷에 등산화를 바짝 조여맨 문 대통령은 함께 나선 기자들과 소통은 부드럽고 원할했지만, 다른 한켠에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비장감도 묻어났다. 문 정부는 취임 초부터 민생 정책은 물론 검찰개혁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역점을 뒀다.

1년뒤인 2018년 4월. ‘동토의 왕국’ 북한의 30대 집권자 김정은과 판문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어 싱가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극적 만남은 60여년 ‘지뢰밭 한반도’가 ‘프리존’으로 급전환을 예고했다. 문정부 2년차 중반 2018년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보수 야당의 ‘KO패’로 끝난 것도 문정부의 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실책하고 보수야당이 십자포화를 퍼부었어도 야당은 맥없이 무너졌다. 문 대통령의 고공 여론으로 야당의 반격을 압사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정부 임기 반환점인 이른바 ‘하산길’에 접어든 2019년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개혁의 정점에선 조국 법무장관의 각종 의혹이 급기야 장외전으로 확전되면서 조국 장관은 끝내 추락했다. 문정부로선 심각한 타격이었다. 대통령의 여론은 40%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국정동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참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21대 총선결과는 민주당 압승이었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예상밖 재난인 코로나 상황으로 정치적 운이 좋았건, 기회마다 ‘똥볼’만을 차오던 꼴통 보수야당의 교만과 아집의 결정 판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하산길, 그것도 아래능선으로 접어든 문정부의 심각성은 무엇일까? ‘해는 서서히 저무는데, 가랑비까지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문정부의 하산길’에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하는 국무위원과 여당 금배지가 외려 피로지수를 높이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비록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도 여전히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아들휴가 의혹과 관련된 추미애 법무장관, 남편 요트구입 출국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강경화 외교장관, ‘이상한 포스터’ 홍보논란의 중심부 박능후 복지부장관 등이다. 뿐만 아니다. 국민들의 피로지수를 고조시키다 출당된 직전 더불어민주당 ‘DJ아들’ 김홍걸, 이상직, 윤미향의 행태도 문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YS(김영삼 대통령)는 딸의 부정입학으로 논란을 빚은 박희태 법무장관을 임명 1주일만에 단칼에 날려버렸다. 아들 현철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자 “구속만을 막아달라”는 손명순 여사의 눈물 호소에도 끝내 감옥에 쳐넣었다. DJ(김대중 대통령) 역시 두 아들이 의혹에 휘말리자 칼을 맡긴 검찰에 “구속하라”고 엄명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산길 대처는 확연히 달랐다. ‘대왕(대통령의 친형)’의혹(MB정부)과 ‘최순실 국정농단’(박근혜 정부)의혹이 정점으로 치닫는 데도 “웃기는 소리 말라”고 야당과 민심을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3년반이 흐른 지금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금은 문 대통령과 가족들은 철저한 관리로 ‘클리어’한 반면 일부 장관들과 당소속 의원들이 큰문제”라고 했다. 취임직후 꽉 잡아맨 등산화로 무장한 문 대통령의 하산길. 문정부에 ‘피로지수를 높이는 사람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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