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0.’ 울산시 남구 달동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380여명의 전 주민이 대피를 하는 대형화재가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물론 중상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대피 과정에서 90여명의 주민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의 경상에 그쳤다. 화재 발생 시각이 오후 11시14분으로 밤 늦은 시간인데다 강풍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으나 소방서의 신속한 대응과 주민들의 침착한 대피로 인명사고를 최소화했다. 코로나19로 지쳐 있는데다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까지 겹쳤다면 지역사회의 고통과 혼란이 훨씬 가중됐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일등공신은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대응이다. 울산소방본부는 화재 발생 신고를 받자 마자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건물 내부로 진입해서는 각 호실을 돌며 화재 진압과 주민들의 대피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초기대응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고가사다리차 동원 등에 애로가 없지 않았으나 ‘2단계 발령’으로 인근 도시들의 지원도 적기에 이뤄졌다. 이번 화재 진압에는 1300여명과 148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사망자 0’의 가장 큰 공로는 역시 15시간40여분의 긴 화재에 혼신을 다한 소방관들에게 있다.

주민들의 침착한 대피도 빛을 발했다. 밤늦은 시각 갑작스런 사고에도 매뉴얼을 따라 신속하게 대피하고 피난층과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등 침착하게 행동함으로써 3시간 만에 모두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몹시 놀라고 당황해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것임에도 관리소장의 대피방송을 따라 대피를 하면서 집집마다 화재 사실을 알리는 등 이웃들을 살피는 따뜻함도 잃지 않았다.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은 소방관들에게 전하는 손편지 벽보를 만들어 감사인사도 전하고 있다. 이 같은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었기에 ‘사망자 0’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웃의 훈훈한 온정도 쌀쌀한 가을날씨에 온기를 더했다. 주상복합아파트 인근에 전시장을 두고 있는 벤츠코리아의 공식 딜러사인 스타자동차는 1000여명의 소방관들이 화재가 발생한 밤부터 아침까지 8시간가량 길 위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고는 전시장을 휴식공간으로 내주는 것은 물론 1000여만원을 들여 국밥과 빵, 음료수 등을 제공했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 의식이 ‘사망자 0’를 만들어낸 밑거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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