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특별공업지구 지정 이후 울산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면면히 이어지는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역사는 곧 울산에서 펼친 기술보국(技術報國)의 역사다. 지난 60여년간 근로자들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익힌 기술을 통해 나라에 보답하고 기업도 함께 성장해왔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 기술1세대는 이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다. 각각의 근로현장에서 저절로 이뤄졌던 도제식 기술전수도 사실상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정부는 겨우 2013년에야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을 인천에 설립했다.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은 숙련기술 습득을 장려하고 직업능력개발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글로벌인적자원개발 전문기관이다. 그리고 2018년 숙련기술장려 5개년 계획을 마련하면서 2022년까지 영남권 1곳, 호남권 1곳 등 숙련기술진흥원 2곳을 더 확충하겠다고 했다. 울산시는 이 가운데 영남권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유치에 나섰다. 제조업 근간을 지켜온 산업현장의 기술을 추적, 지원하는 시스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직업계고 수는 전국 583개 중 154개로 26.4%에 이른다. 숙련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숙련기술자가 전국 5803명 중 1699명으로 29.3%이다. 수도권과 거의 비슷한 수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너무 먼데다 수도권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이미 포화상태라 서비스혜택을 입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울산에는 10개 특성화고가 있지만 2019년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숙련기술전수 과정 참여자는 59명 2.1%에 불과하다. 영남권 숙련기술진흥원 설립을 서둘러야 하고, 영남권에서는 당연히 울산에 유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울산은 뿌리산업기술 중심의 산업분포를 갖고 있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유기적 협업이 구축돼 있고, 스마트 자동차 및 조선 등 융합형 숙련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주력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신중년 퇴직 전문인력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숙련기술진흥원의 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도 울산에 입지해 있다. 지리적으로도 울산은 부산·대구·경북·경남이 둘러싸고 있는 영남권의 중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지난 총선에서 동남권 글로벌 숙련기술진흥원 설립을 공약에 포함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립기술교육원 설립을 숙련기술진흥원 유치로 대체했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공약 실천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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