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추격자 박인비 따돌리고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

▲ 12일(한국시간) 김세영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이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300만원)를 거머쥐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뛴 김세영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 대회 전까지 그는 LPGA 투어에서 ‘현재 활동하는 선수 중 메이저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선수’였다.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10승을 돌파,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 네 번째로 두 자릿수 승수를 쌓을 때까지 메이저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4년 ANA 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정상 등극의 고비를 넘지 못하다가 29번째 도전에 고대하던 메이저 왕관을 썼다.

그의 4라운드 성적인 63타는 이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며, 최종 합계 266타는 1992년의 벳시 킹(267타)보다 한 타 적은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이번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13개 대회 중 4승을 합작했고, 이 중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의 이미림(30)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수확했다.

극적인 승부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유독 많아 ‘역전의 여왕’으로 불려 온 김세영이지만, 이날만큼은 선두를 지켜내는 안정적인 면모로 ‘메이저 퀸’의 자격을 증명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경쟁 상대는 챔피언 조의 브룩 헨더슨(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아닌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승’ 보유자 박인비였다.

 

세 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가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추격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함께 경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선수의 ‘장군멍군’ 양상이 펼쳐졌다.

2번 홀(파4) 어려운 파 세이브로 초반 위기를 넘긴 김세영이 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아 한 발 달아나자 박인비가 5번 홀(파3)에서 또 한 타를 줄였다.

김세영이 6번 홀(파4) 그린 끝에서 어려운 경사의 퍼트를 떨어뜨리며 다시 세 타 차를 만들었지만, 박인비는 7번 홀(파4)에서 응수하며 두 타 차 견제를 이어갔다.

전반 마지막 홀인 9번(파5) 홀에서 김세영이 세 번째 샷을 홀 1m 정도에 잘 붙여 한 번 더 달아났으나 박인비는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끈질긴 추격전을 이어갔다.

김세영은 13번(파4), 14번(파3) 홀에서 공격적인 핀 공략으로 버디 기회를 만든 뒤 놓치지 않고 타수를 줄여 박인비와의 격차를 4타로 벌리고 첫 메이저 우승을 예감했다.

17번 홀(파3)에서 박인비가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막판까지 힘을 냈지만, 김세영의 16~17번 홀 연속 버디가 결정타가 됐다.

5타 차 선두를 유지한 채 18번 홀(파4)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침착하게 올리고 나서야 김세영은 환한 미소로 바짝 다가온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세영은 우승을 차지한 뒤 “오래 메이저 우승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8년 박세리 프로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김세영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감회에 젖었다.

박성현(27)은 17위(2오버파 282타), 지은희(34)는 공동 18위(3오버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 기록까지 합산한 결과 박인비가 시즌 상금 106만6520달러(약 12억3000만원)로 1위로 올라섰고, 김세영이 2위(90만8219달러)에 올랐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도 박인비가 1위(90점), 김세영이 2위(76점)가 됐다. 평균 타수에서는 이미림이 66.867타로 1위, 김세영이 68.391타로 2위를 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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