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강·예술이 하나되는 ‘포토존’ 어디?

▲ 울산시 남구 삼호동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작품사이를 걷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햇살 방향과 질감 등에 따라
다양한 느낌 주는 작품에
7m 대형 공기 강아지 조형물
빛그림자로 표현한 작품까지
국내외 사진동호단체 ‘유혹’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해마다 국내외 사진동호회의 출사지로 유명세를 치러왔다.

현대적 느낌의 도심에 자연친화적인 태화강국가정원이 드넓게 자리하는데다 그 경계를 비집고 현대미술의 향연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 프레임 속에 다각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국가정원 일원(올해는 철새공원 일원)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일정 중에는 울산지역 사진동호단체는 물론 인근 부산과 대구 등에서 수십명의 사진작가들이 한꺼번에 방문했다. 이들은 설치작품에 세워진 행사장 동선을 따라 반나절 혹은 한나절씩 움직이며 시간차별 혹은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예술의 묘미를 만끽하는데는 일반인 가족단위 관람객도 빠지지 않았다. 해마다 전시기간에는 각종 SNS를 통해 ‘#태화강’ ‘#설치미술’ ‘#작가명과 작품명’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인증샷이 공유되는 일이 적지않다.

그렇다면 18개팀 2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는 올해 전시장에서 작가의 눈을 만족시킬 최적의 ‘포토존’은 누구의 어떤 작품일까. 전문가의 기량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스마트폰 사진기능만으로도 훌륭한 장면을 안겨 줄 일명 ‘비주얼 갑’ 작품은 어떤 것일까.

러시아 작가 레오니드 티시코프의 ‘프라이빗 문’은 밤하늘 달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파리, 런던, 상하이 등 전 세계 도시를 돌면서 각 도시를 배경으로 밤하늘에 뜬 달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기고 아카이빙한다. 마법과 같은 공간 속에서 지구가 최고의 보물로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주고자 한다.

최연우 작가의 ‘네가 마신 모든 숨 #1’은 정지돼 있으나 마치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듯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우리 사는 3차원의 세계 속에 잘 인지할 수 없는 4차원 이상의 공간이나 물성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요철같은 작업 표면이 오전오후 햇살의 방향이나 질감에 따라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트놈의 ‘모타루 탑’은 길이 7m의 대형 공기 조형물이다. 밝고 화사한 색감의 강아지 모양을 하고 있다. 캐릭터의 이름은 ‘모타루’. 작가는 소원을 빌기위해 하나씩 쌓아 올리는 돌탑처럼 모타루의 얼굴을 탑처럼 쌓아올린다. 우리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신봉철의 ‘빛의 이면’에서는 한 줄기 빛이 허공을 뚫고 나아간다. 이렇게 생겨난 그림자는 사물의 본 모습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체를 드러내고 밝혀주는 빛그림자다. ‘빛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일수도, 그 빛으로 밝혀진 이 세상의 단면 일 수도 있다’는 것. 작가적 상상력의 한계를 가늠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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