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형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후원회장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주 불편하거나 잘못된 점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에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방치된 수많은 불합리한 제도나 시설도 남의 일인양 신경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잠시 동안은 불편함을 느껴서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점차 익숙해져서 꽤나 견딜만 하게 된다. 오히려 그 상황을 합리화시키는 관대함으로 불편함을 곧 망각하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이하윤 교수님의 훌륭한 수필 ‘메모광’이라는 작품이 새삼 떠오른다. 필자에게 메모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요즘에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 덕분에 메모 작업이 더욱 더 용이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여러가지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지인들과 소통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 중에서 필자는 ‘메모관리앱’을 유난히 즐겨 사용한다. 업무관련 일정은 물론이고 개인 일정 또한 빈틈없이 기록한다. 거기에 필자는 다양한 메모도 함께 적는다. 지인과의 대화 중에 좋은 내용이나 고급스런 어휘, 좋은 문구가 있다면 즉시 폰을 꺼내 메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직업정신까지 발휘되어, 시민생활과 관련된 여러 시설물들의 개선점이나 산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창의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메모하는 버릇이 생겼다.

필자는 도로 관련 건설업에 약 30년간 종사해 왔다. 시종일관 위생적인 환경과 품질경영을 바람직한 경영모토로 내세우고 실천해 왔다. 식당은 맛이 있어야 단골이 생기고 매출액이 증가하듯이, 기업도 직원들의 복지 및 직무만족을 바탕으로 한 제품 및 서비스의 좋은 품질을 달성해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경찰이나 공무원들도 시민의 불편한 곳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고 제때 처리하고 고쳐준다면 보다 좋은 사회가 되지않을까 생각한다.

이 모토를 바탕으로 필자가 기록한 메모의 예를 들어 본다면 ‘주유소 앞 나들목에 심어놓은 조경수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서 도로에 진입할 때 상당히 위험한 경우가 있다. 특히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 있는 주유소에서 나올 때 시야가 막혀 추돌사고의 위험이 높다.’ ‘학교 주위의 등하교 길의 인도 폭이 좁아 실질적으로 인도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만약 자전거가 인도 위를 달린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분리시키면 좋겠다.’ ‘어렵고 힘들게 태화강국가정원이 지정되었는데 관광객들이 더 방문하기 쉽도록 언양에서 울산으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입구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울산국가정원 내에도 큰 전광판을 설치하여 홍보를 하면 좋겠다.’ ‘석유화학공단과 도심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방풍림을 조성하면 공해를 줄일 수 있겠다.’ ‘여성이나 노인 운전자를 존중해주자는 캠페인 현수막을 달아 울산시의 분위기를 더욱 편안하게 해주면 좋겠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필자의 메모 속에는 여러 분야의 일상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개선을 필요로 하는 행정, 과다한 규제, 신속한 공무의 변화를 요구하는 방안으로 가득 차 있다.

시민들도 평소의 ‘생활의 발견’을 통해 스스로 관련기관에 부단히 요구를 해야 한다. 그냥 침묵하고 있으면 문제인식의 부재로 우리 삶의 질은 잘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울산시에도 시민신문고 등 이와 관련된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개선하는 제도와 이를 대변하는 산하단체들이 있지만 시민들과 함께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해 보인다. 공영방송이나 신문매체를 통해 매달 개선사항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면 비로소 참 좋은 의사소통행정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필자의 ‘생활의 발견’은 계속될 것이며, 메모의 습관 또한 이어질 것이다. 시민들께서도 동참하시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하나보다는 열이 낫고 열보다는 백이 더 낫기 때문이다. 김형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후원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