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문화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인 제주도도 그랬다. 제주지역에서는 내륙지방을 통해 그릇을 수급하여 사용하기도 했지만,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릇이 완성되는데 직접적인 몫을 담당하는 가마 역시 제주지역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제주의 가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15~20℃의 경사진 지형에 현무암과 흙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경사 각도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불길 조절이 어렵고, 열효율을 높일 수 없으므로 불길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는 지형에 가마를 설치했다.

내륙지방에서는 흙을 이용하여 토석을 만들어 활용했다면, 제주지역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을 소재로 하였다. 제주의 특성상 화산 폭발로 형성된 암석을 구하기가 쉽고, 내화재로의 기능적 특징 덕분에 가마를 짓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현무암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현무암 가운데서도 ‘해량돌’이라 불리는 구멍이 많은 다공질의 현무암을 사용해야만 불에 닿아도 쉽게 깨지지 않고 튼튼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 제주시 대정읍 구억리 노랑굴(기념물 제58-1호)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가마에는 ‘부장쟁이’라는 특이한 구조가 따로 있다. 비바람이 잦은 제주지역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마 앞쪽에 원형으로 담을 높게 쌓아 올린 공간을 만들었다. 열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부장쟁이는 소성을 담당하는 사람에게는 휴식공간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전통 돌가마는 현재 몇 기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을 유지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를 안목으로 읽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깊이있고 섬세하게 들여다볼 때 우리 문화자산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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