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와 ‘우울감(blue)’을 합한 신조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준 일상의 변화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올해 초 학교는 코로나 블루 상황이었다. 3차례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그리고 원격 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전교생 3분의 1 등교 원칙 등으로 학교의 일상은 많이 변했다.

학생들의 일상을 살펴보자. 아침마다 학생건강자가진단을 실시하고 교문을 통과하면서 발열체크를 한다. 교실에 가면 짝이 없는 일렬 배치 지정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마스크는 일상이다. 점심시간 전에 발열 체크를 한번 더 한다. 급식실에서는 손을 깨끗이 씻고 번호별로 지정 좌석에 띄어 앉아서 대화 없이 밥을 먹는다. 식사 후 교실에 가서도 ‘거리 두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옆 반에 놀러가는 것도 이제는 조심스럽다. 마치고 집으로 간다. 가자마자 아마도 제일 먼저 마스크를 벗을 것이다.

교사들도 등교 시간 발열체크 지도 및 점심 급식 지도의 업무가 늘었다. 원격수업 기간에는 수업 진행은 기본이고 출결 체크와 출결 독촉 연락을 해야 한다. 수업에 있어서도 가상 공간에서 적합한 형태로 교과 내용을 어떻게 수업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연 코로나 블루일까. 코로나가 준 변화 중 괜찮은 것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동구나 진하 등 멀리 사는 친구들은 등하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혼자 생활하면 왕따같이 보여서 친구들의 눈을 의식하던 일이 사라져서 좋다는 학생들도 있다. 전체 수업 분위기를 의식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학생들의 경우는 온라인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스스로 하는 공부 실력이 늘어났다고도 한다. 이전에는 선생님이 하는 수업을 듣고 복습하는 형태로 공부했는데, 원격수업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고 검색하면서 스스로 하는 공부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나 역시 원격수업 후 학생의 과제 댓글을 통해 개별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좋았다. 대면 수업에서는 항상 수업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1 대 다(多)’였다면 원격수업에서는 학생에 대해 1 대 1의 느낌이 들어 개별화가 잘 되는 느낌이 좋았다. 어떤 선생님은 평소 구현해 보고 싶었던 수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어쩌면 코로나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강제적이지만 수업에 변화를 가장 크게 주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공교육의 취약점을 더 잘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일단 출결에 대한 것이다. 학생의 과목에 대한 성취보다 출석 체크가 우선인 수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교육은 항상 그 학생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너무 많다. 다음은 교육 격차에 대한 일이다. 원격수업 기간이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심화학습의 기회를 주고 있지만 학습에 관심이 없는 학생은 학업에서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경우 학교가 돌봄의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교육에서 변화는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코로나 상황이 준 성찰이 잘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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