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에 아이덴티티 부여하는 작명
신제품 승패 좌우할 무기될 수 있어
삼성-LG의 치열한 싸움 계속될 것

최근 ‘QNED’ 관련한 몇 상표가 두 회사에 의해 출원되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QNED는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의 약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알려져 있다.

LG전자가 먼저 국내외에 QNED, QNLED, NQED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올레드 TV’를 뒤이은 차세대 프리미엄 TV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예측과 함께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의 핵심기술로 선포한 QNED를 LG전자가 상표출원에 의해 소위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다. LG전자의 출원에 뒤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QDNED, NED, QNED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새로운 기술의 ‘약칭상표’를 경쟁사인 LG전자에서 먼저 출원한 점은 삼성으로서는 상당한 위협이리라. 우리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상표가 등록되면 ‘독점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상표법 제35조(선출원)는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ㆍ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상표등록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다’고 하여 누가 먼저 사용하였는지를 불문한다. 그리고 동법 제89조(상표권의 효력)는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하여 상표권의 독점적 효력을 선언하고 있다.

두 회사의 상표출원 경쟁은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 양사는 이미 상대방의 OLED, QLED 관련 상표를 견제 출원하여 티격태격한 적이 있다. 이에 특허청은 “지정상품의 성질표시로 식별력이 없으며, 일반수요자나 실거래사회에서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로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는 상표에 해당한다” 하여 등록을 거절하였다. 비단 네이밍만의 경쟁은 아니나 아주 오래전 흑백TV 상표에 관한 것으로, 금성사의 ‘GoldStar’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이코노TV’의 경쟁구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표경쟁이라면 이전의 다른 글에서 필자가 언급한 롯데의 등록상표 ‘빼빼로’에 맞서는 오리온의 등록상표 ‘백배로’가 생각난다.

상표출원에는 각종 전략들이 구사되는데, 이를 통해 상표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출원사실 파악이 쉽지 않은 카리브해 남쪽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QNED 등의 상표를 최초 출원한 후 이를 기초로 6개월이 되기 전에 잇따라 국내외에 상표를 출원했다. LG전자는 ‘조약에 의한 우선권제도’를 활용해 이번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 1국에서 상표 출원 후 6개월 이내 동일 상표를 타국에 출원할 경우 선출원주의 판단시점을 1국 출원일로 소급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그야말로 작명 ‘전쟁’이다. 회사의 운명을 건 싸움이라고 하면 좀 과장이 지나친가? 이것은 아이 이름 지을 때도 경험한 바 있다. 작은 아이 이름으로 쓰려던 것이 조카 이름으로 이미 쓰이고 있어서 다른 이름을 선택했던 적이 있다. 한 때 ‘별에서 온 그대’라는 인기 드라마 영향으로 ‘민준’이라는 이름이 경쟁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지인 중에도 ‘민준이 아빠’가 있다. 아마 한 달 빨리 태어난 남자아이가 그 이름을 쓰는 바람에 사촌 동생은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웃지 못할 경우가 흔히 있었을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작명’ 즉 ‘네이밍’은 상품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지극히 중요한 행위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상표는 그 의미가 알려진 정도에 따라 식별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상표로서 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의 독점은 초기 신제품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삼성과 LG의 이번 작명전쟁은 새삼 네이밍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신속한 상표등록을 통한 법적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사건이다. 아마 미래에도 라이벌 사의 작명 전쟁은 두 회사가 존재하는 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할 것이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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