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지 3개월만인 14일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목표를 2023~2024년으로 잡고 있다.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 타당성 연구용역과 반구대 명승지정을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보존 방안 강구와 명승으로서 가치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 세계유산등재에 한걸음 다가서겠다는 계획으로 보여지나 유산등재를 위한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12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을 했으나 올해 1월과 2월 두차례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암각화의 세계유산등재를 보류한 이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문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UOU) 분야인데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반구대 명승지 3요소의 지리적 공간에 대한 배경설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심지어 신석기시대 유산임을 입증할만한 학술적 내용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반구대 암각화 인근이 바다였고 고래가 활동했다는 증거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구대 암각화가 이 일대에 거주했던 선사인들의 고래잡이와 관련된 그림’이라는 사실을 학술적으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 올린 2010년 이후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무런 학술적 가치도 정립하지 못한채 허송세월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오히려 울산시가 무슨 근거를 갖고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이냐는, 되물음이 담긴 당혹스런 평가서를 받은 셈이다. 그들의 평가대로라면 우리는 오로지 암각화보존 방안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 ‘댐수위조절’에 매몰돼 정작 할 일이 무언지도 모른채 ‘정치적’ 입씨름만 해왔다. 심의기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마치 시민운동하듯 당위성만 주장해왔다. 시 관계자와 지역전문가들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재도전에 나선 울산시는 지난 5개월동안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완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했다고 한다. 또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위원회의 학술연구분과와 보존관리분과에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5개월동안 울산시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준비했는지 전문가들이 잘 점검하고 보완해서 또다시 보류되거나 탈락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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