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은 자연공간에서 펼쳐놓는 미술이다. 울산시민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공간인 태화강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의 공존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감상의 대상인 사물로서가 아니라 공간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다. 태화강변에 또 하나의 독특한 작은 공간들을 마련하고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오는 25일까지 10일 동안 나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국제설치미술제는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들어준 ‘산업의 강’이자 그 반대급부로 남겨진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이 전 시민의 참여 속에 진행된 생태하천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뒤 ‘예술의 강’으로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본사가 울산시의 후원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태화로터리 앞 강변에서 개최했던 첫회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커졌고 타 도시에서 관람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유일한 예술행사이기도 하다.
울산에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얻는 독창적인 문화행사가 거의 없다. 수십억원을 쏟아 붓는 영화제와 수많은 가수들이 참여하는 음악공연도 있긴 하지만 탁월한 보편성을 확보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타 시도에도 전국 규모의 야외 미술행사가 더러 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부산바다미술제 등 지자체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그들 도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적은 예산이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색 있는 미술제가 되어가고 있다. 전국 미술인들의 노고와 지역 대학 교수와 미술인, 미술을 전공하는 지역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아끼고 가꾸어온 덕택이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언젠가는 철새공원이 아니라 태화강 백리 전 구간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함께 하는 설치미술제가 펼쳐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시민들의 동참 속에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울산의 대표적 문화자산으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