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가 15일 개막했다. 어느새 14회다. 2007년 시작해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예산확보에다 코로나19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울산을 대표하는 예술축제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지난해부터 남구 삼호동 철새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국가정원을 확장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을하늘 아래 어느새 노란빛을 띠기 시작한 잔디밭 위에 18점의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손안에 작은 광석’이라는 주제 아래 작가들마다 깊고 넓은 의미를 간결하고 선명하게 드러냈다. 우리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끌어내 어느 누구와도 쉽게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전시회다.

설치미술은 자연공간에서 펼쳐놓는 미술이다. 울산시민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공간인 태화강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의 공존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감상의 대상인 사물로서가 아니라 공간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다. 태화강변에 또 하나의 독특한 작은 공간들을 마련하고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오는 25일까지 10일 동안 나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국제설치미술제는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들어준 ‘산업의 강’이자 그 반대급부로 남겨진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이 전 시민의 참여 속에 진행된 생태하천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뒤 ‘예술의 강’으로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본사가 울산시의 후원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태화로터리 앞 강변에서 개최했던 첫회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커졌고 타 도시에서 관람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유일한 예술행사이기도 하다.

울산에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얻는 독창적인 문화행사가 거의 없다. 수십억원을 쏟아 붓는 영화제와 수많은 가수들이 참여하는 음악공연도 있긴 하지만 탁월한 보편성을 확보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타 시도에도 전국 규모의 야외 미술행사가 더러 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부산바다미술제 등 지자체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그들 도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적은 예산이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색 있는 미술제가 되어가고 있다. 전국 미술인들의 노고와 지역 대학 교수와 미술인, 미술을 전공하는 지역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아끼고 가꾸어온 덕택이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언젠가는 철새공원이 아니라 태화강 백리 전 구간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함께 하는 설치미술제가 펼쳐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시민들의 동참 속에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울산의 대표적 문화자산으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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