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휘웅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난 9월23일 울산시와 시의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예방포럼’을 공동으로 주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동의 제약과 나홀로 육아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라면형제 사건’으로 방임과 학대에 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울산 역시 ‘성민이 사건’과 ‘서현이 사건’ 등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으로 주목받는 도시였다.

이에 시의회는 관련기관 대표자, 전문가와 간담회를 갖고 대응과제를 논의했고, 같은 시기 시청에서도 아동학대 인식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과 관련기관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시의회와 시청이 함께 성사시킨 포럼에서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시청 정책자문 기구인 ‘미래비전위원회’(시민복지증진분과)로부터 추천 받았다. 민·관 거버넌스 기능을 활용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포럼은 관련 전문가와 기관 대표자들의 주제 강연과 종합토론을 넘어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 아동대표가 토론자로 나올 수 있도록 구성하고. 의회 로비에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을 선정해서 그림으로 전시한 후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하였다. 향후 아동학대 정책 마련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시에 관련 사업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안심택시’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위기청소년 발굴과 연계를 위해 북구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등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택시업체가 보호기관과 상담시설에 수송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울산법인택시조합 자원봉사단’에 소속된 7개 업체 차량 390여대가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아동복지정책은 이미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 그에 맞춰 학교와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위기 아동 예측 시스템’도 작동하고 있다. 행복e음에 ‘아동 행복 지원 발굴 대상 가구’로 등록되면 지자체 공무원은 3개월 이내에 해당 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교사나 사회복지사 같이 직무상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쉬운 직업인은 반드시 신고하도록 ‘신고의무자 제도’ 역시 갖춰져 있다.

그러나 신고를 하고 보호조치를 해도 결국 가정으로 돌려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에 반복적으로 시달리던 아이들이 집밖으로 탈출했을 때 막상 어디로 연락하고. 피신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현실도 문제다. 아이를 발견한 대다수의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체계는 112로 통합돼 있다. 그러나 112를 관장하는 경찰청은 아동학대만 전담하는 기관이 아니다. 24시간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아동학대임을 감안했을 때 112신고 체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학대한 사람과 아이를 즉시 분리하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려면 112 이외에 긴급 수송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안심택시’라는 이름으로 수행하는 지자체가 울산 북구청이다. 그러나 기초 지자체 살림이 열악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울산시가 ‘위기아동 긴급수송 체계’(안심택시)를 마련하자. 정부 정책 사각지대를 울산시가 보충할 수도 있다. 부르미 택시처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에 대한 부담도 적다. 각종 위기에 처한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자체 역할과 노력이 돋보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자체 선도사업이 될 수도 있다. 울산시가 안심택시 사업을 통해 아동학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자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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