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4)한부모가정 해준이 삼남매

▲ 집이 좁아 가족들 옷가지가 거실까지 점령한 해준이네 주거 공간.

사업실패로 이혼뒤 빚더미
낡은 상가에 겨우 둥지 틀어
삼남매와 엄마의 힘겨운 일상
웃음을 잃은 사춘기 아이들에
코로나로 일자리 잃은 엄마는
9개월째 밀린 집월세로 막막

초등학교 6학년인 해준(가명)이는 요즘 밤잠을 자주 설친다. 해가 짧아지면서 저녁만 되면 집안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벌레 때문이다. 해준이네 집은 유흥업소와 식당이 즐비한 거리 속 오래된 상가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여름에도 주변 가게에서 내뿜는 음식 냄새와 각종 악취로 창문 열기가 쉽지 않았는데 비위생적인 길거리 환경 탓에 집 안에서도 벌레가 나온다. 해준이네 삼남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진 올해는 더 곤혹스러웠다. 해준이는 어린 동생과 중학생 누나를 대신해 벌레를 내쫓아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린 아동에게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해준이 엄마는 벌레가 자꾸 나오는 집안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정리정돈도 해봤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워낙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가족들의 옷가지가 거실까지 쌓이게 됐다. 애초 건물 자체가 오래돼 누수가 있고, 비가 오면 빗물까지 새는 상황에 이르렀다.

집에서 시작된 불안정한 생활은 학교생활까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해준이 엄마는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준이가 산만하고 숙제나 활동을 깜빡하는 일이 잦다는 내용이었다. 해준이는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았다.

사실 해준이의 부모는 몇 년 전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았고 이는 이혼으로까지 이어졌다. 부모의 이혼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학급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또래와 가족 관계가 좋았던 해준이 누나는 부모 이혼 이후 말수가 적어졌다. 해준 남매를 홀로 키우는 엄마는 이혼 당시 남편의 부채까지 함께 떠안았고 현재는 개인 파산 상태다.

해준이 엄마는 가정을 돌보기 위해 아이들을 돌보며 매일 새벽까지 일했지만 1년 전부터는 대인기피와 공황장애까지 찾아왔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도, 새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집 월세는 9개월 가까이 체납됐고 돌려받을 보증금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딱한 사연을 접한 관할 구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거복지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삼남매가 생활하기에 비좁고 비위생적인 집을 벗어나 거주지 이전이 시급했기 대문이다. 최근 해준이 가족은 다자녀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해준이네 가족이 선정된 주택 임대보증금은 약 230만원이다. 이전보다 가정에서 부담해야하는 보증금이 줄어들었지만,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해준이 엄마는 개인 파산해 이마저도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 울산지역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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