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권고대상…70% 미설치

주상복합 화재로 경각심 높아

郡, 11억 들여 사업비 우선지원

▲ 15일 이선호 울주군수가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주택 화재에 대비해 옥상 출입문 자동 개폐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 울주군이 공동주택 화재에 대비해 옥상 출입문 자동 개폐장치 설치를 지원한다. 화재 시 대피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옥상 출입문이 잠겨있을 경우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만큼 예산 순위를 앞당겨 내년에 사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15일 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주택 옥상 출입문 설치 지원 사업’을 실시하기로 하고 내년 당초예산에 사업비 11억원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년 예산에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8일 발생한 남구 삼환 아르누보 화재 이후 공동주택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내년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옥상 출입문 자동 개폐장치는 2016년 2월29일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승인된 공동주택은 포함되지 않아 단순 권고 대상으로 남아 있다.

군이 파악하는 옥상 출입문 개폐장치 의무화 전 준공 공동주택은 120개 단지 508개동에 달한다. 32층인 범서읍 문수산더샵과 30층인 문수에시앙 등 고층 공동주택이 산재해 있다. 의무 설치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공동주택 중 약 30%가량은 권고에 따라 자동 개폐장치를 설치했지만 70%가량은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공동주택은 자살 방지 및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옥상 출입문을 폐쇄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시 대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자동 개폐장치를 설치할 경우 소방 시스템과 연동돼 자동으로 문이 열려 옥상으로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다.

군은 삼환 아르누보 화재 당시 고층 입주민 상당수가 옥상으로 대피해 대형 참사를 막은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09년 준공된 삼환 아르누보에는 옥상 출입문 개폐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옥상 문이 개방된 상태여서 참사를 막았다.

군은 관내 대상 아파트의 설치비 전액을 지원키로 하고, 예산이 부족할 경우 내년 추경에 편성하거나 공동주택 지원 사업에서 보조하기로 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군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한 사업은 다른 사업보다 우선해서 시행해야 한다”며 “사업이 완료되면 화재 시 대형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군민의 안전 및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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